연이은 필리버스터에 피로감 쌓이는 與...내부에선 "면피용 필리버스터"
2024.07.29 15:13
수정 : 2024.07.29 15: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회에서 거대야권의 입법독주와 탄핵 강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피로감과 무기력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내에서는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필리버스터 이외의 전략 부재와 함께 필리버스터가 면피용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192석 거대야권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와 김건희 여사 청문회 등 정부여당 압박을 추가로 예고하면서, 당내에서는 새로운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29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는 원내지도부에게 새로운 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방송4법 중 마지막 법인 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4법 개정안 의결을 막고자 국민의힘은 개별 법안에 대해 일일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입법독주를 막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여야 간 제대로 된 진지한 토론 한번 없이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를 개최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송장악 4법'의 본회의 상정 처리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방송장악 4법이 본회의에 올라오는 대로 법안 하나하나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해 부당성을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이외의 대응 전략이 부재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25일 실시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오며, 원내 분위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내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대한 불만이 의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며 "전략이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영남권 의원도 "필리버스터를 단답으로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미흡한 건 사실이다. 강력하게 대처해야하는데, 필리버스터 말고 다른 방안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전했다.
아울러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알리는데 주안점이 돼야 하는데, '면피용' 필리버스터가 되는 느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필리버스터의 원목적인 대국민 호소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닌 여당 의원들끼리 진행하는 토론회 같은 모습으로 관심도마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키고자 하는 법률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 목적인데, 지금으로는 대국민 어필이 미흡하다"며 "형식적이고 면피용으로 진행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지금 필리버스터는 허례허식에 가까운 프로세스라 맞지 않다"고 질타했다.
한편 추 원내대표는 이같은 원내 지적에 따라 추가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도 안돼 두번의 필리버스터가 장기전으로 이어지며, 의원들의 체력적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고위당정도 필리버스터로 인해 연기된 만큼, 추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외의 출구 전략을 모색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