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떠나는 日자동차·철강업계… 美로 핸들 틀었다
2024.07.28 18:08
수정 : 2024.07.28 18:08기사원문
■日 자동차, 미국·유럽으로 핸들 꺾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2024년도 자본투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올해 해외투자액은 총 4조1090억엔(37조241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분열 장기화를 배경으로 보다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갖춘 미국과 유럽으로 투자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일본 기업들은 미국에 34.8% 증가한 1조엔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럽연합(EU)은 23.1% 증가한 5062억엔의 투자가 예상된다.
반면 올해 중국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투자규모는 전년에 비해 6.8% 증가한 2653억엔으로 예상된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EU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작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65% 수준에 그친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임금 상승, 정부발 불확실성 증가와 함께 미중 무역갈등이 중국 투자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중국에 진출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혼다자동차는 중국의 7개 생산 라인 가운데 3개를 폐쇄하고 연간 생산력(내연기관 차량)을 149만대에서 100만대로 줄일 방침이다. 혼다는 광둥성 광저우시 공장은 10월, 후베이성 우한시 공장은 11월에 각각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광저우시 공장은 폐쇄 혹은 휴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줄어드는 생산력은 약 50만대로 혼다의 글로벌 생산에서 10%에 해당한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을 대폭 늘리며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저가 차량을 수출하면서 저가 출혈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주도로 전환되면서 혼다의 6월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40%가량 줄어드는 등 일본 자동차가 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진 생산을 다루는 상하이히노엔진이 2025년 청산할 계획인 것을 비롯해 일본 메이커의 중국 사업 재검토가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 닛산자동차는 지난달 장쑤성에 있는 창저우 승용차 공장을 폐쇄했다. 미쓰비시자동차도 지난해 광저우자동차그룹과 합작사업을 중단했다.
닛케이는 "2000년대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요구에 부응해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대거 중국 현지 기업과의 합작 투자 형태로 진출했다"며 "전성기 때는 시장점유율 20%에 이르기도 했지만 중국 정부의 세제 혜택 등으로 전기차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일본 자동차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공급망 지도 바뀐다
일본 완성차 업체의 중국 철수는 전체 공급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들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던 일본제철은 중국 최대 철강 기업 바오산강철과의 중국 내 자동차용 강판 합작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지지통신은 그 배경에 대해 "주된 공급처가 되는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가 중국 전기차 시장 확대에 실패했다는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거액의 보조금 등을 통해 자국 전기차 제조업체를 지원해왔다. 중국의 올해 상반기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등의 신에너지차는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많은 약 500만대로 급속히 성장했다.
하지만 일본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나 가솔린차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어 전기차 개발에서 뒤처졌다.
일본제철은 양국의 수교 후 경제협력의 핵심으로 바오산강철의 고로 건설을 지원하는 등 중국 철강업 발전을 지원해왔으나 합작회사 청산에 따라 중국의 강재 생산 능력을 70% 삭감했다.
향후 일본제철은 성장을 전망할 수 있는 미국이나 인도에 자원을 집중시킨다는 전략이다. 일본제철은 현재 전기차 보급에 따른 고급 강철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US스틸 인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역시 일본 완성차 업체를 따라가 후방에서 지원하겠다는 모양새다.
일본 기업들의 투자 이동은 단기적인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로 볼 수 있다. 향후 이 같은 투자 이동이 지속되며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적 도전과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깊어지는 미중 무역갈등
한편 전날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미국의 대중 견제와 탄압은 멈추지 않고 더 강화됐다"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자신의 패권 논리로 중국의 이미지를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왕 주임은 "중국은 미국이 아니며 미국이 되려는 생각도 없다"며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러시아 군수산업 기반 지원을 거론하며 "중국이 이를 시정하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왕 주임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 입장을 설명한 뒤 "일방적인 제재와 확대 관할법 행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확대 관할법'이란 미국 국내법에서 재판관할권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규정이다. 미국은 중국이 군사적으로 전용 가능한 이중용도 품목을 러시아로 수출해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돕고 있다고 의심하며, 관련한 중국 기업을 제재 중이다.
k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