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와중에 네타냐후가 미국을 방문한 진짜 이유는?

      2024.07.30 06:00   수정 : 2024.07.30 16: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 와중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23∼26일간 미국을 방문해 대미 정상외교를 진행했다. 이번 방미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제안한 ‘3단계 휴전안 타결’이 지지부진함에 따라 미국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이런 점에서 네타냐후의 방미는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타격을 받고 미국 내 반이스라엘 정서도 높아질 것을 우려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네타냐후 방미의 배경 모두를 설명할 수 있을까?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방미 중 현직 대통령뿐 아니라 여야 대선 후보와도 회동했고,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에도 나섰다. 이처럼 다양한 외교 행보에 나섰지만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네타냐후-트럼프 회동이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의 마라라고 리조트를 방문했고, 열렬한 이스라엘 지지자인 트럼프는 그를 환대했다. 이 회동은 일종은 양측에게 윈-윈 게임의 성격이 있었다. 회동 타이밍이 윈-윈 게임을 적실성을 보여준다. 2024년 7월 13일 트럼프는 경합주(Swing state)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중 암살시도로 총격을 받아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 극적인 스토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그를 신이 내린 불멸의 대통령으로 규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네타냐후의 방미는 이 극적 드라마로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던 시점이었다.

따라서 네타냐후는 가장 유력한 차기 미국 지도자이자 친이스라엘 인사인 트럼프와의 회동을 통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주도권을 이어가려는 셈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도 네타냐후 방문을 통해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적지 않았다.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리조트를 직접 방문하는 것은 전직 국가 정상을 넘어 현직에 버금가는 위상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네타냐후-트럼프 회동을 통해서 이스라엘계 미국 시민의 결속력 높여 미 대선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네타냐후와 트럼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윈-윈 게임을 기대하던 네타냐후는 방미 직전 또 다른 극적 드라마를 접하게 된다. 현지 시각 7월 21일 바이든 미 대선후보 사퇴 소식이 전해지고 해리스 부통령이 그를 대신할 민주당 후보자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세론의 게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변수였다. 따라서 네타냐후는 윈-윈 게임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해리스 부통령과의 회동도 가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에 의도적으로 불참하고,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 메시지를 던질 정도로 네타냐후에 대한 반감이 있었지만 그는 이를 감수했다. 이는 대미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네타냐후는 방미 외교를 통해 미국이 대이스라엘 지원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뿐 아니라 트럼프와의 개인적 차원의 유대감을 쌓는 성과를 도출했다. 성향상 트럼프는 타국의 지도자와의 개인적 유대감이 외교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네타냐후의 방미 핵심이 트럼프와의 회동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는 방미 우선순위를 명확히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는 초청기관이므로 연설은 방미 외교의 기초적인 명분이고, 레임덕에 있는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은 외교적 절차에 불과하며, 해리스와의 회동은 리스크 관리 차원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네타냐후의 방미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트럼프, 해리스, 의회, 바이든 순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네타냐후 외교 스타일을 따라 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특히 그는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책임이 있는 인사로 지탄을 받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의 셈법이 롤모델이 되는 것은 기이하게 비칠 수 있다.
다만 미 대선의 게임변화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한국은 국익과 안보 수호를 위해서 어떻게 Plan A, Plan B, Plan C를 동시에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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