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일본도 살인'... "허술한 도검 허가제 개선 필요" 지적 나와

      2024.07.31 16:24   수정 : 2024.07.31 16: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밤중 아파트 단지에서 한 남성이 이유없이 이웃을 일본도로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총포·도검 소지 허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포와 달리 도검은 허가받은 후 갱신 의무가 없어 한번 구매하면 영구 소지할 수 있다. 허가받은 용도 이외로 쓰더라도라도 처벌이나 제재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면허만 있으면 쉽게 허가
7월 31일 경찰에 따르면 은평구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에게 장식용으로 허가받은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남성 A씨(37)는 지난 1월 관할 경찰서로부터 칼날 길이 75㎝, 전체 길이는 120㎝의 도검 소지 허가증을 받았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칼날 15㎝ 이상의 도검을 구입하려면 인근 경찰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과가 있거나 심신상실자나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 뇌전증 환자 등은 총포나 도검, 석궁 등의 소지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총포와 달리 도검 허가증은 신청인이 운전면허만 있다면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도검 소지 허가증 신청에는 신체·정신 건강 검사서 등을 별도로 제출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3년마다 소지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총포와 달리 도검은 갱신 의무도 없다. 도검 소지 허가증을 받고 정신병력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걸러낼 방법이 없다. 실제 도검 소지 허가 신청서에는 병력을 기재하는 공간은 없이 개인정보와 도검의 규격과 종류, 용도, 입수 경위 등만 적도록 돼있다.

도검 소지 허가증의 갱신이 없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찰은 도검의 불법개조 여부나 소유자의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는 일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도검의 수량이 많아 전수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연도별로 나눠서 실시한다. A씨는 올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 없으면 제재도 불가능
아파트 주민 등에 따르면 A씨는 이전에도 일본도를 밖에 들고 나온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이 장식용으로 도검 허가를 받고도 허가 이외 용도로 사용한 셈이다. 사후 신고가 없다면 사실상 현실적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포화약법에는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명시되어 있지만, 과태료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관련 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도 이어졌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등이 도검 소지 허가 갱신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총포화약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21대 국회에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총포는 사냥철이 아니면 관할 경찰서에 모두 보관하는 등 철저히 관리가 이뤄진다"며 "도검은 위험한 흉기임에도 모니터링이 거의 없고 허가 갱신도 전무한 등 관리가 느슨해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서부경찰서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울러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거부함에 따라 압수수색영장도 함께 신청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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