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닥터' 월급 벌써 반토막?…개원가에 전공의 8000명 쏟아졌다

      2024.07.31 15:13   수정 : 2024.07.31 15: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오는 9월 수련을 재개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자가 극히 적은 가운데, 전문의 취득을 포기한 이들이 개원가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이들이 일시에 몰려들면서 당장 급여 수준이 뚝 떨어지는 등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피부, 미용 등 인기가 많은 분야는 이미 포화상태 조짐을 보인다.



일부는 미국 등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수가 전공의 수련과정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공의, 복귀 대신 개원가로…8000명 쏟아져

3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인턴과 레지던트를 모집하는 126개 의료기관은 이날 오후 5시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은 7645명인데, 지금까지는 지원한 전공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탈 전공의 7648명이 사직 및 임용 포기로 처리됐는데, 이들이 전공의 수련과정을 포기하고 개원가 등 의료시장으로 쏟아져나온다는 얘기다.

지역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일단은 일반의로 살다가 다음에 상황을 보면서 수련을 이어 나갈지 결정할 생각"이라며 "사직한 전공의 대부분이 9월 모집에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직한 전공의들은 수련을 마치지 않은 탓에 전문성을 살려 취업하는 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의사들은 통상 인턴 1년과 레지던트 3∼4년 등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데, 그나마 오랜 기간 수련한 고연차 전공의들은 전공을 살릴 수 있겠지만 수련 기간이 짧은 저연차 전공의는 구직이 더 어렵다.

더구나 사직 전공의 8000명이 한꺼번에 개원가로 나오면 한정된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결과 연봉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방에서 수련한 한 전공의는 "요양병원 등 어디든 취직하려는 사직 전공의들이 많다"고 페이닥터(병원에 고용된 의사) 시장으로 몰려드는 상황을 전했다.

페이닥터 월급 300만~400만원짜리도 나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사직하고 아르바이트 중이라는 한 전공의는 "페이(급여)가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많이 떨어졌다"며 "이제 월 300만∼400만원인 자리도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돈 받고 의사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부·성형 등 미용 분야는 원래도 인기가 많은 분야인 데다, 전공의들을 잠깐 일하다가 돌아가려는 인력으로 보고 구직 기회조차 쉽게 내주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몰려드는 사람이 많은 탓에 시장 포화 조짐도 보인다.

미용 분야로 진출하려는 한 사직 전공의는 "취업하는 사람들의 80%가량은 (수련병원으로) 돌아갈 사람으로 보고 서류에서 탈락시킨다고 들었다"며 "공급되는 인력이 많으니까 오래 일할 것 같은 사람 위주로 뽑는다더라"고 전했다.

이미 개원가에 진출한 선배 의사들도 적극적으로 전공의를 채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전공의들은 전문의가 아닌데, 병원에서는 과목별로 필요한 인력이 다 정해져 있다"며 전공의 채용이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

해외 취업까지 눈돌려…"결국 전공의 수련과정 돌아올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배 의사들은 전공의들이 원하는 분야로 진출할 수 있게 돕고자 나서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다음 달 4일부터 사직 전공의 대상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그동안 서울시의사회 등에서 구인·구직 게시판을 개설하는 등 인력 매칭 사업을 해왔지만, 의협이 전공의 구직을 위한 연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번째 연수 강좌 과목은 정형외과로, 의협은 인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 연수 참석자를 선착순으로 받을 예정이다.

의협 관계자는 "꼭 인기 과목만을 주제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가능하면 해외 진출, 개원 등 전공의들의 관심 분야 위주로 준비되는 대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전공의들도 꽤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 전공의는 "주변에 미국 의사 시험(USMLE)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며 "나도 여러 번 생각했고, 매달 관련 세미나들이 많이 열리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해외 진출이 쉽지는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상당수 전공의가 수련 현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일반의로서 쓰임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길게 봤을 때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려는 전공의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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