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후배들 파이팅!

지난달에 기획재정부 산하 사단법인인 국가경영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위더스 포럼 제6기 과정 수료식이 있었다. 위더스 포럼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여성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교육프로그램이다. 위더스는 '우리 함께(With Us)'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이렇다. 아마 8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공공기관 평가단장을 맡은 모 교수가 실제 경영평가를 하면서 공공기관의 여성 간부 수가 너무 적은 것에 놀랐다. 여성 고위직이 적은 현상은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하여 여성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네트워킹의 장을 만들어주는 여성 리더십 교육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커리큘럼을 만들었고, 드디어 2019년 제1기 교육생이 배출됐다. 여성 임원 후보자과정인 셈이다. 금년 위더스 포럼에는 43개 기관의 여성 부장급 간부들이 모였다. 모두 나의 여성 후배들이다. 젊었을 때 아등바등하며 살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짠한 마음도 들었지만, 나의 세대보다는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김덕화 한울원자력 홍보부장은 한수원 공채 3기로, 근무한 지 21년이 되어간다. 김 부장은 "2003년에 입사했는데 여성 동기는 20명 정도 있어요. 여성 동기들이 있어서 외롭지는 않지만 위더스 포럼에서 다양한 기관의 여자 친구들, 언니들이 많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그 기관의 하는 일도 이해하게 되었고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위더스 포럼에 참여하기 위하여 울진에서 서울까지 왕복 8시간 넘는 거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여성 상근임원 수는 얼마나 될까. 금년 초 모 언론사가 기업 분석연구소인 리더스 인덱스와 함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339개 공공기관을 조사·분석한 결과 여성 임원 수는 총 754명으로, 전체 임원(3630명)의 20.8%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숫자는 비상근이사까지 포함한 것이다. 상근 근무를 하는 여성 상임 임원 수는 44명에 불과했다. 여성 상임 임원이 적은 가장 큰 이유로 인력풀 부족을 탓한다. 후보자인 1급 승진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여성 인재풀을 만들고 인사관리와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교육이 어렵다면 위더스 포럼처럼 위탁교육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드컴퍼니는 기업 내 여성의 리더십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제안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여성 평균임금 등 국내 여성 노동지표가 향후 10년간 주요7개국(G7) 평균에 도달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65조원의 추가 상승효과가 있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베인은 여성 임원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유연근무제 확대, 정부 주도의 다양성 지표 공시 제도 의무화, 핵심 임원 인재풀 내 여성 비율 할당을 제안했다.

지금도 포럼을 시작한 날이 생생하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금세 친해졌다. 여성들의 친화력과 소통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실감할 수 있었다. 굳이 남성, 여성 편을 가르고 장단점을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태생적으로 여성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위더스 포럼 교육생들만 보아도 여성의 장점이 금방 눈에 띈다. 공감과 소통, 친화력, 열정. 이러한 장점들은 모두 21세기에 필요한 리더의 자격요건이다.

여성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이 된 것은 여성들에게는 기회인 셈이다.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해서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관장의 의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부의 정책,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춘 조직문화 등 삼박자가 잘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많은 여성 후배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가진 자리에 진출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복실 국가경영연구원 부원장 前 여성가족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