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욕하는가

      2024.07.31 18:24   수정 : 2024.07.31 18:28기사원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노조, 특히 민노총에 큰 빚이 있다. 민노총 주도로 판이 벌어진 촛불집회에 숟가락만 얹은 문재인 정권은 손쉽게 권력을 잡았다. 민노총은 배후 지원세력이었고, 일등공신이었다.

노조 권력은 하늘을 찔렀다. 적폐청산의 미명하에 벌어진 반대파 '숙청'에서 노조는 홍위병 역할을 했다.

방송사가 그런 곳이다. MBC 민노총 노조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경영진 몰아내기에 혈안이 됐다. 최고 권력을 등에 업고 노조는 사장부터 일선 기자까지 전체 조직을 점령했다.
노조를 앞세운 문 정권의 방송 장악이었다. 문제는 비열한 폭력성이다.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파헤쳤고, 노조원들은 이사로 있던 교수의 학교까지 찾아가 꽹과리를 치며 겁박했다.

전 KBS 이사 강규형 교수는 부당한 요구에 굴하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결국은 해고됐다. 재판 투쟁 끝에 강 교수는 승소했다. 강 교수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에 나와 7년 전에 있었던 일을 증언했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의 귀에는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삿대질도 안 했는데 삿대질을 했다고 우겨댔다. 자신들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들춰냈기 때문이다.

노조는 괴물과 싸우다 더 큰 괴물, 울트라 괴물이 됐다. 지금 민주당도 울트라 괴물이다. 다수의석이 절대 군주라도 되는 줄 안다.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보라. 민주당 지지자들은 속이 시원할지 모르나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다. 딱 한 가지 좋아진 것은 있다. 서로 '존경하는 OOO 의원님'이라고 부르는 관행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 들을 때마다 토가 나올 것 같던 국민의 속은 좀 편해졌다.

대전까지 출장을 가서 이 후보자의 카드 사용내역을 뒤질 만큼 민주당은 집요했다. 현 여당이 야당일 때도 법인카드 뒤지기를 한 적이 있다. 노조 출신인 양승동 전 KBS 사장의 청문회에서다. 양 후보자는 세월호 사고 당일 노래방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들어 내역 제출을 거부했다. 결론은 거짓이었다. 당시 야당은 카드 사용내역을 추적해 위증임을 증명했다. 민주당의 행태에서 보복심이 느껴진다. '복수 혈전'이 떠오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인의 법카 유용에 대한 수사와 재판도 작용했으리라 본다.

민주당 주장대로 한때 노조에 가담했던 이진숙이 변했을 수 있다. 거기에는 노조의 폭력성, 정치적 편향성도 원인이 됐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노조는 정치집단이나 마찬가지다. 노동자의 권익을 정치를 흔들어 쟁취하려 한다. 그런 노조와 좌파에 환멸을 느끼고 반대쪽으로 돌아선 이들이 적지 않다. 이진숙도 일종의 전향을 한 셈이다.

방송 장악은 옹호받을 수 없다. 언론자유도 보장돼야 한다. 군부정권, 우파정권도 방송 장악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면 좌파정권은 전혀 문제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방송 장악과 언론자유 침해는 좌파정권이 더 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공생 관계인 노조 출신으로 방송사를 도배한 문 정권만 봐도 그렇다. 누가 누구를 나무라는가.

현 정권을 비난하기에 앞서 민주당은 자신들 잘못부터 인정해야 한다. 과거는 까맣게 잊고 도덕의 화신인 양 설쳐댄다. 위선적이고 비겁하다. 악랄하고 졸렬하다. 권력욕과 복수심에 불타 이성을 잃은 듯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공정성이 확보될 수 없다. 방송 4법은 과연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가.

아니다. 사장 선임권을 시민단체에도 주겠다고 한다. 시민단체가 그들의 대리인임을 삼척동자도 안다. 언론노조의 2중대, 3중대라는 주장이 틀린 말이 아니다. 민주당은 영구적인 방송 장악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여도 야가 될 수 있고, 야도 여가 될 수 있다.
방송의 진정한 독립을 원한다면 여야가 숙의를 거쳐 합리적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민주당이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닌 것이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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