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가' 고윤 "최종 빌런 첫도전, 목숨 걸었다"
2024.08.01 07:01
수정 : 2024.08.01 07:01기사원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고윤은 '화인가 스캔들'의 최종 빌런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7월 31일 최종회 10회까지 모두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오완수(김하늘 분)와 그녀의 경호원 서도윤(정지훈 분)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치명적 스캔들 드라마다.
고윤은 극 중 화인그룹 회장 박미란(서이숙 분)의 둘째 아들이자 코스모그룹 딸 서지연(김윤지 분)과 결혼해 데릴사위가 된 김용민으로 등장했다.
고윤은 올해 '화인가 스캔들' 외에도 KBS 2TV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 tvN 월화드라마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까지 출연, 세 작품의 빌런으로 안방에서 더욱 존재감을 드러냈다. '화인가 스캔들'을 위해 그는 "목숨을 걸었다"는 고백까지 전하며 누구보다 작품에 진정성을 쏟았을 노력을 짐작게 했다. 지난 2011년 데뷔 후 어느새 데뷔 13년 차를 맞이한 고윤은 "역할 크기에 관계 없이 꾸준히 불렸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10년의 목표도 세웠다. '열일' 중인 그를 만나 그간의 작품에 대한 비화를 나눠봤다.
-'화인가 스캔들'을 마무리하는 소감은.
▶에피소드 10편이 생각보다 짧더라. 한 달 정도면 다 릴리즈가 되다 보니 체감상 확 지나간 느낌이다. 용민 캐릭터의 분량은 9~10부에 집중돼 있는데 7~8부에 나온 용민이 클립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짤로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반응을 재밌게 보고 있다.
-'화인가 스캔들'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했는지.
▶회사 대표님과 박홍균 감독님의 인연으로 미팅을 하게 됐고, 용민 캐릭터와 이미지가 맞아서 캐스팅해 주셨다. 처음엔 대본이 8~9부까지 나온 상태였는데, 용민이가 열등감이 많은 캐릭터여서 어떻게 잘 풀어야 할지가 관건이었다. 극 중 용민이가 한상일 변호사 아들인 것을 알고 살아가느냐 모른 채 살아가다가 후반에 알게 되느냐의 차이가 컸다. 저는 화인가의 핏줄이자 둘째로 믿고 살았다고 연기하는 게 편할 것 같다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용민이가 서자인 걸 알면서도 일부러 더 센 척 갑질을 하고 다녔을 거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감독님의 의견을 듣고 잘 반영해서 표현하려 했다.
-캐릭터 표현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
▶평상시 소리를 지르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용민이 대사가 대부분 소리를 지르는 캐릭터여서 내지르는 발성이 탑재가 돼 있어야 표현이 가능했다. 매일 밤마다 집에서 긁는 소리를 내기 위해 배에 힘주고 얘기하는 걸 연습했다. 용민이란 캐릭터가 사실상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캐릭터다. 아내 서지현의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가서 거기서 얻어준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눈치 보는 캐릭터다. 가진 게 없음에도 오히려 당당하게 구는 지점들이 실제 저와 다른 지점이 많아 연구를 많이 하게 됐다.
-재벌가 캐릭터를 위해 외적으로도 고민한 지점이 있나.
▶재벌 역할도 처음 해본 거였는데 분장팀에서 처음에 소품으로 안경을 이야기하더라. 특이했던 게 감독님과 분장팀에서 고급 브랜드인 C사 안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 안경테가 실제로 300만원씩 하더라. 주변에 물어보며 겨우 아는 지인을 통해 빌렸다.(웃음) 결국에는 빌려 써서 촬영을 한 비화가 있다. 이외에도 (재벌가룩을 위해) 명품은 타이 정도를 착용했다. 슈트는 제가 덩치가 있는 편이다 보니 사이즈가 맞는 게 없어서 일반 기성복을 다 수선해서 입었다.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김윤지와 부부 호흡은.
▶공교롭게도 윤지 남편분이 제 둘째 누나와 친구 사이다. 윤지의 연기는 감히 제가 뭐라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화려한 비주얼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보여줬다. 크롭톱 드레스를 많이 입어야 해서 복근이 나오다 보니 새벽 5시에 등산을 갔다 온다고 하더라. 작년 더운 여름에 찍었는데 너무 부지런하다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뚀 윤지가 영어로 리액션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영어 대사를 줬는데 몇개월이 흐른 후 올해 초에 '리프트: 비행기를 털어라'라는 작품이 공개됐더라. 윤지가 거기서 영어를 너무 훌륭하게, 완벽하게 하는 걸 보고 너무 창피했다.(웃음) 할리우드에서 주인공을 하는 배우한테 감히 영어 대사를 코치했나 싶어서 이불킥을 했다.(웃음)
-친부모로 등장했던 서이숙 윤제문 배우와 호흡은.
▶선배님들 덕분에 편안하게 했었다. 두 선배님과 함께한 것 자체가 큰 레슨이었다. 윤제문 선배님은 워낙 훌륭하신 선배님이시기 때문에 뭘 하든 다 받아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또 배웠고, 서이숙 선배님은 표현하시는 연기가 워낙 출중하셔서 두 분이 지점으로 연기적으로 배울 배울 게 많았다.
-결말에 대한 만족도는.
▶이런 최종 빌런 역할은 처음 해봤다. 전반부에는 이런 것들이 하나도 힌트가 안 나오다가 후반에 갑자기 휘몰아친다. 용민이의 메인 시퀀스가 9부, 10부에 몰려있어서 8부까지는 예열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드라마 톡방에 '공진단('미녀와 순정남' 속 배역 이름) 여기서 왜 단역을 하냐'는 댓글도 있었지만 한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뿌듯하고 감사하다.(웃음) 극 초반부터 야기됐던 모든 트러블이 용민이 때문에 생겼다고 나오는데, 결국에는 서도윤에게 잡혀서 교도소를 가며 이야기가 끝이 난다. 찍으면서도 '내가 언제 또 이렇게 좋은 캐릭터를 한번 연기해 볼까, 나 진짜 잘 표현하고 싶다' '이 작품이 잘 되면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으로 촬영을 했다.
-'화인가 스캔들'로 배우로서 조금 더 나아갔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는 디렉션을 받은 게 없다. 믿고 맡겨주신 데다 칭창만 해주시더라. 촬영 끝날 때마다 선배님들께서 '너 진짜 잘한다' 칭찬해 주시니까 그 현장에서 너무 행복했다. 난 늘 모자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칭찬을 받는 현장도 있구나 해서 너무 행복하더라. 이렇게 좋은 캐릭터를 만나기 쉽지 않다는 걸 알아서 목숨을 걸고 있었다. 소위 말해서 따먹고 싶어서 캐릭터를 잘 표현하려고 진짜 매일 집중했다.
-동 시기에 여러 작품을 찍는 고충은 없었나.
▶'화인가 스캔들'에서는 상대역이 윤지였고, '가문의 영광: 리턴즈'(이하 '가문의 영광') 때는 김희정 배우가 상대역이었는데 둘 매니저가 같다. '가문의 영광' 밤샘 촬영을 하고 다음 날 '화인가 스캔들' 현장에 갔는데 같은 매니저가 하루 차이로 절 못 알아보더라. 같이 촬영을 했지만 못 알아볼 수 있구나 싶어서 힘들지만 뿌듯했다. 주변에서도 '네가 요새 열심히 하긴 하나 보다' '요새 틀면 나온다'는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했다. 배우들이 요새 일이 많이 없는데 작품이 연달아서 방영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행운이다.
-세 작품이 모두 악역이라는 점에서 고충은 없었나.
▶전혀 없다. 평상시에 내지 못하는 화를 낼 수 없으니 좋더라.(웃음) 모든 극에는 주인공이 있고, 반드시 악역이 있다. 대립이 있어야 드라마가 완성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언제든 기회가 되면 악역을 하고 싶다.
-올해로 벌써 데뷔 13년 차인데 실감이 되나.
▶그간 한 단계씩 밟아왔다고 생각했다. 연출부 막내부터 이름 없는 단역도 거쳐서 꾸준하게 올라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남들에게 창피하지 않다는,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은 10년이 지나니까 조금씩 들게 된 생각이다. 주변에서도 이제 조금씩 알아봐 주셔서 다음 10년이 기대된다.
-다음 10년에 대한 목표가 있나.
▶역할 크기에 관계 없이 꾸준히 불렸으면 좋겠다. 저는 현장이 가장 재밌고 행복하다. 현장에 있어야 배우가 숨 쉬는 이유가 있지 않나 한다. 무엇보다 저는 기다림이 너무 힘들더라. 배우는 다음 작품이 언제일까 기약이 없지 않나. 누군가가 '넌 한 달 뒤에 다음 작품이 있을 거야, 반년 뒤에 있을 거야'라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까 기약 없는 기다림이 제일 힘들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장르물에 특화돼 있다고 많이들 평가해 주셨는데, '미녀와 순정남'을 하고 나서는 "다음에 꼭 로맨틱 코미디를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더라. 다른 면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로맨틱 코미디를 꼭 했으면 한다.(웃음) 또 '화인가 스캔들'에서 최종 빌런을 해봤으니까 OTT 외에 지상파에서도 최종 빌런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