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서 푸근한 민박.. 오작교 거닐며 포근한 사랑을
2024.08.02 04:00
수정 : 2024.08.02 0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남원(전북)=장인서 기자】 기나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연일 낮 최고기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가마솥처럼 푹푹 찌는 날씨에 전국 각지로 서둘러 피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옛 어른들은 숲이 울창한 계곡에서 더위를 잊었다.
피서 명당지 뱀사골·달궁계곡
지리산 뱀사골계곡은 대표적인 여름 피서지다. 반야봉에서 반선까지 산의 북사면을 흘러내리는 길이 14㎞의 골짜기로 지리산국립공원 내 여러 골짜기들 가운데 계곡미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뱀처럼 심하게 곡류하는 계곡이다. 어느 계절에 찾아도 수량이 풍부하고 수림이 울창하다. 전 구간이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계곡에는 100여명의 인원이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넓은 너럭바위가 곳곳에 있고, 100여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못이 줄을 잇는다.
봄철에는 철쭉꽃이 계곡을 메우고, 여름철에는 녹음 짙은 계곡 안에 삼복더위를 얼어붙게 하는 냉기가 감돈다. 반야봉과 토끼봉에서 남원시 산내면으로 뻗어 내린 골짜기의 가을 단풍도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선인대, 석실, 요룡대, 탁용소, 병소, 병풍소, 제승대, 간장소 등과 같은 명승지가 도처에 있다. 자연 생태 관찰로를 통해 산책과 등산도 즐길 수 있다.
달궁계곡은 남원시 산내면 덕동길 만수천에 있는 계곡이다. 해발 1751m 반야봉을 비롯해 노고단, 만복대, 고리봉, 덕두봉 등 고산준령에 둘러싸인 달궁마을에서 심원마을까지 6㎞에 걸쳐 흐른다. 계곡으로 들어서면 쟁기소, 쟁반소, 와폭, 구암소, 청룡소, 안심소 등 폭포와 못이 어우러져 비경을 이룬다. 약 20m 떨어진 곳으로는 지리산 종단 도로가 지난다.
또 주변 산지의 정상부와는 평균 500~600m의 고도차를 보여 깊은 심산유곡의 형태를 보인다. 남사면은 급한 반면 북사면은 완만한 경사를 유지하고 있으며, 계곡물이 차고 맑다. 식생이 매우 발달해 송이버섯과 산나물, 약초 등의 명산지로 알려져 있다. 노고단, 반야봉, 만복대에 둘러싸인 마을은 민박촌으로 지정돼 있다. 지방도가 남원시 산내면 뱀사골에서 구례군 산동 방면으로 성삼재를 통해 넘어갈 수 있도록 조성돼 교통 접근성이 좋다.
지리산허브밸리와 광한루원
지리산허브밸리는 지리산 바래봉 자락 해발 600m 지역인 남원시 운봉읍 용산리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2005년 지리산 웰빙 허브산업특구로 지정된 이후 남원시는 72만7300㎡에 이르는 지역을 세계 최대의 허브테마 관광지로 조성해왔다. 친환경 허브 원료를 비롯해 허브를 활용한 식품과 대체의학제품 등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어 허브산업의 메카로 불린다.
허브밸리에는 허브농업지구와 허브제품가공단지, 자생식물환경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이와 더불어 허브를 테마로 한 볼거리, 즐길거리로 채운 허브테마파크, 허브꽃따기 및 허브차·향초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허브체험관광농원도 만나볼 수 있다.
남원의 랜드마크인 광한루원은 조선 전기에 조성된 광한루의 정원으로 2008년 명승으로 지정됐다. 남원역 근처에 춘향과 이도령이 만났다는 광한루가 있고, 광한루가 있는 정원을 통칭해 광한루원이라고 한다. 누원의 북쪽으로는 교룡산이, 남쪽에는 금괴같이 보배롭다는 금암봉이 우뚝 서 있고,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
광한루원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가에 월궁을 상징하는 광한루와 지상의 낙원인 삼신산이 함께 어울려 천체 우주를 상징적으로 구현했다. 경회루, 촉석루,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에 속한다. 광한루원 내에 광한루, 오작교, 완월정, 영주각, 춘향관, 춘향사당, 월매집이 있고 부속시설로 공예품점, 카페 등이 있다. 광한루는 1419년에 지어 1597년 정유재란 때 불타 1626년 복원됐지만 오작교는 처음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춘향사당에는 김은호 화백이 그린 춘향의 영정을 모셔 놓았다.
지역 예술 품은 김병종미술관
지난 2018년 개관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숲으로 둘러싸인 전원형 미술관으.로 미술작품뿐 아니라 자연을 감상하며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미술교육 및 체험 공간인 에듀센터 '콩'을 새로 선보였다.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는 올해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을 선정했다.
미술관은 남원 출신인 김병종 작가(71)가 생명을 주제로 한 본인의 대표작들을 남원시에 대량 기증하면서 컬렉션의 기반을 갖췄다. 작가의 초기작 '바보 예수'부터 근작인 '풍죽', '송화분분'까지 다수의 작품을 상설전시와 특별전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김병종 작가가 함께 기증한 문학 관련 자료들도 전시해 미술과 문학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빚어낸다. 미술관 내 북카페에는 미술, 문학, 인문학 관련 도서 약 2000여권이 비치돼 있다.
또한 완주 '아원고택'으로 유명한 전해갑 건축가가 디렉팅한 건축물로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보인다. 미술관을 지을 당시 김병종 작가는 건물 외관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잘 녹아들면서, 납작 엎드린 듯한 모양새의 '겸손한 미술관'이 되길 바랐다고 한다. 갤러리 곳곳에 '숲멍'을 할 수 있는 통창이 있고, 미술관에서 바라보는 소나무 숲과 멀리 보이는 지리산 능선, 하늘의 조화가 무척 아름다워 고요한 사색을 즐기기 좋다.
한편, 남원은 오는 10월 '2024 문화의 달' 행사 개최지로도 선정됐다. 행사는 '남원 전통과 퓨전의 소리 풍류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10월 18~20일 3일간 남원시 일원에서 열리며 개막식부터 창극, 판소리, 농악 등 전통 콘텐츠를 활용한 공연을 다채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남원 지역 방문 전에 명예 주민증인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발급받으면 숙박, 식음료, 관람, 체험 등 각종 여행 상품 이용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