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젊었어도"…해설·응원으론 성에 안차는 '신궁' 기보배
2024.08.02 08:00
수정 : 2024.08.02 10:10기사원문
(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제가 조금만 젊었어도…"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레쟁발리드 경기장에서 만난 전 국가대표 기보배(36)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으로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현지에서 올림픽 열기를 직접 느끼다 보니 다시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했다.
기보배는 "중계를 몇 번 해봤지만 현지에 와서 하는 건 처음"이라며 "여자 단체전 10연패 결승전이 열렸던 날엔 나 역시 잠을 못 잘 정도로 설레고 긴장됐다"고 했다.
기보배는 여자 양궁 '신궁' 계보를 잇는 선수다. 그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단체전 2관왕을 달성했고, 4년 뒤인 2016 리우 올림픽에선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수확했다.
은퇴 직전인 2023년까지도 국가대표를 지내는 등 '롱런'한 선수였다. 다시 말해 불과 1년 전까지도 현역이었기에, 아직은 '선수 기보배'가 더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기보배 스스로도 조금은 미련이 있는 듯했다. 특히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앵발리드의 멋진 전경을 보면서 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는 "여기 와서 이 경기장과 앵발리드, 전쟁 박물관까지 같이 비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지금 선수들이 느끼는 그 감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기도 하다"며 웃어 보였다.
물론 이제는 한 발 뒤에서 후배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경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해설위원의 역할에 더 충실할 계획이다.
한국 양궁은 여전히 최강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첫 2개의 금메달을 모두 가져가며 내심 전관왕까지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기보배는 후배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아 했다. 그는 "일단은 애초 목표로 했던 금메달 3개를 꼭 달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변수는 늘 유념해야 한다. 기보배는 앵발리드의 변화무쌍한 바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기를 중계하면서 보면 이따금 예상 못 한 도깨비 바람에 고전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특히 개인전은 화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한 발 한 발이 더욱 중요하다. 바람을 잘 캐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