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게임체인저' 유리기판, 빅뱅이 시작됐다

      2024.08.03 10:00   수정 : 2024.08.03 10: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리기판이 인공지능(AI) 시대와 맞물려 반도체 분야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유리기판 분야 선두 주자인 SKC를 비롯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국내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시장 선점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꿈의 기판'...두께·전력 손실 줄고 생산 기간은 절반

3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유리기판은 플라스틱 기판을 대체할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유리기판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더 빨리 연산하는 고성능 컴퓨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데이터 속도와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꿈의 기판'이라고 불린다.

기판은 반도체를 장착하고 회로와 부품을 연결하는 판으로 요리를 담는 그릇에 비유된다.
현재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 기판은 표면이 거칠지만, 유리기판은 매끈해 그 위에 더 많은 고성능 칩을 설치해도 신호 손실이 적어 성능이 좋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유리기판을 사용하면 중간 기판이 필요 없어 두께는 25% 줄고, 소비전력을 30% 이상 감소할 수 있다. 생산 기간은 절반 이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 확대의 문을 연 것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다. 지난해 2028년부터는 유리기판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부품사들과 협력을 진행해왔다.

업계는 이르면 2026년부터 유리기판이 반도체 제조에 쓰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유리기판의 개발 속도에 맞춰 미리 적용 여부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C, 세계 최초 양산 공장 완성..."상업화 빠른 기업이 시장 선점할 것"
SKC는 전 세계 유리기판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양산공장이 완공된 기업은 SKC가 유일하다.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미국 조지아주에 지난 2022년 반도체 유리기판 1공장을 건설했고 현재 시운전을 진행 중이다. 내년에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고객사 수요 대응을 위해 SKC는 2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지난 2일 진행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유지한 SK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격, 수율 등 추가 투자 결정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먼저 확보한 후 내년에 2공장 투자 관련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SKC의 가장 큰 경쟁사는 인텔이다. 인텔은 10년 전부터 유리기판 사업 진출을 목표로 선제 투자를 단행했다. 연구개발에 총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해 2030년까지 유리 기판을 사용한 초대형 칩셋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한편 삼성전기도 지난 1월 유리 기판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9월까지 세종 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 장비을 반입하고, 설비 구축을 본격화한다. 내년에는 유리기판 시제품을 선보이고 2026~2027년 이후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도 최근 유리기판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사업 준비 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에는 기판 기술 개발 인력을 수혈하기 위해 기판소재연구소 인력 채용 공고를 내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 초창기라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누가 빠르게 상업화를 시작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유리기판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이 현재 글로벌 고객사들과 계약에 대해 협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양산을 시작하는 시점에 바로 제품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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