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애플 지분 절반 매각...이탈 신호일까
2024.08.04 04:05
수정 : 2024.08.04 04:05기사원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애플 지분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3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버핏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서 2분기 중 애플 보유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버핏이 이제 애플 지분을 모두 팔아 치우고 떠나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진 애플 비중을 낮추려는 것일 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이날 버크셔가 따로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버크셔는 2분기 말 현재 보유 현금이 2770억달러(약 377조원)에 이르렀다.
주식, 주로 애플 주식 매각에 따른 평가차익과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 등의 선전에 힘입은 것이었다.
애플, 절반 매각
버크셔가 이날 SEC에 제출한 공시에 따르면 버크셔는 2분기 중 애플 보유 주식 거의 절반을 팔았다.
10-Q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의 애플 보유 지분 규모는 3월말 7억8900만주에서 6월말 약 4억주로 대폭 줄었다.
버크셔가 보유한 애플 지분 가치는 2분기 말 현재 842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그래도 여전히 애플 전체 지분의 약 2.6%를 보유한 대주주다.
시장에서는 버핏이 2분기에도 애플 주식을 매각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 규모로 팔아치웠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애널리스트들은 1억주 안팎 정도를 매각했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버핏은 정작 그 4배 가까이를 팔아치웠다.
이유, 불분명
버핏이 애플 주식을 대거 매각한 배경은 알 수 없다. 공시에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측만 무성하다.
애플 주가가 이미 고점이라고 버핏이 판단했을 수 있다.
이제 꼭짓점에 도달했다고 보고 애플 주가가 인공지능(AI) 아이폰 출시 기대감으로 상승세로 전환한 2분기 중에 애플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았을 수 있다.
적어도 버핏이 애플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처럼 '영원히' 보유하는 종목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애플 비중이 버크셔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지나치게 높아진 것을 조정하기 위해 매각했을 수도 있다.
버크셔는 애플을 주당 약 34달러 수준에서 사들였다. 2016~2018년 사이 애플 주식 보유를 대거 확대했고, 주가 상승이 겹치면서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돌게 됐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버핏의 투자 철학에 배치되는 이 같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정상화하기 위해 버핏이 대규모로 매각했을 수 있다.
버크셔가 애플 주식을 앞으로도 계속 매각할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계속 판다면 버핏이 애플 주식에서 완전히 손을 털어버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을 위한 규모에서 매각이 멈출 가능성이 더 높다.
보유 현금, 사상 최대
버핏은 2분기 버크셔의 보유 현금 규모를 대거 늘렸다.
주식 시장 고평가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버크셔는 자사주 매입도 대거 줄이면서 실탄 확보에 들어갔다.
또 가이코 등의 실적 개선과 함께 애플 주식 매각으로 현금이 대폭 늘었다.
2분기 버크셔가 매각한 주식은 770억달러어치로, 대부분이 애플 주식이었다.
주식 매각, 실적 개선에 힘입어 버크셔의 세후 영업이익은 116억달러에 이르렀다. 1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22억달러, 올 1분기 26억달러에 이르던 자사주 매입은 2분기에는 고작 3억4500만달러에 그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