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늑장 대응으로 경기침체 자초하나..."가파른 금리 인하로 방향 튼다"

      2024.08.04 05:30   수정 : 2024.08.04 05: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가파른 노동 시장 둔화가 미 경기침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면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치솟을 때 이를 '일시적' 상승이라고 판단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연준이 이번에는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 미 경제를 침체로 몰로 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침체 예고(?)


미 노동부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7월 고용동향은 미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7월 신규 취업자 수는 11만4000명으로 지난 1년 월 평균치 21만5000명의 거의 절반에 그쳤다.


또 실업률은 전월비 0.2%p 급등해 4.3%로 뒤었다.

5~7월 석 달 미 실업률 평균은 4.13%로 지난해 3개월 평균치 저점 3.6%에 비해 0.53%p 높았다.

시장에서는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경제학자 클로디아 샴이 제시한 '샴의 법칙'에 주목하고 있다.

샴의 법칙에 따르면 석 달 평균 실업률이 전년비 석 달 평균치 저점에 비해 0.5%p 이상 높게 나타나면 이는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임을 예고하는 전조 지표다.

샴은 다만 지나친 비관을 경계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이민자가 급증하는 등 미 노동력 공급 지형이 달라져 실업률 상승이 실제 상황을 과장했을 수 있다면서 경기침체 우려는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지는 못했다.

금리 인하 늦었나


연준이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를 8회 연속 동결한 것은 패착이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연준은 당시 FF 금리 목표치를 23년 만에 가장 높은 5.25~5.50%로 묶어뒀다.

이틀 뒤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어두운 고용 지표가 나왔다.

제롬 파월 의장은 당시 FOMC 뒤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더 냉각되는 것을 좌시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해 9월 금리 인하를 강력히 시사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진작에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그들(연준)이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그들은 수개월 전에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잰디는 "이제는 9월 0.25%p 인하도 충분치 않을 것으로 느껴진다"면서 "연준이 0.5%p를 내리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시사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금리 정상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Y 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데이코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7월에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며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데이코는 연준이 6월부터 금리를 내렸다면 상황은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 빅스텝 전환하나


월스트리트 주요 은행들은 2일 잇달아 금리 인하 전망을 강화했다.

JP모건과 씨티그룹은 연준이 9월과 11월 각각 0.5%p 금리를 인하한 뒤 12월에 0.25%p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올해 기준 금리가 1.25%p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서는 좀 더 보수적으로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말 연준 기준금리가 4.50~4.75% 이하가 될 가능성이 97%에 육박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금보다 0.75%p 내릴 것이란 전망은 66.4%, 1%p 내릴 것이란 예상은 27.7%였다.

JP모건과 씨티그룹처럼 1.25%p 낮출 것이란 전망은 2.6%에 그쳤다.

경착륙 가능성 낮다(?)


시장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파월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그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파월은 경제가 급격히 냉각되는 이른바 '경착륙'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면서 "이 경제가 과열되거나 급격히 약화할 것으로 생각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파월은 지표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에도 3% 가까운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무엇보다 소비와 고용도 탄탄하다.

비록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고, 기업들의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이전 흐름을 감안하면 여전히 소비와 고용은 활발하다.

연준 출신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미 경제 분석 책임자 마이클 게이펜도 파월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게이펜은 미 경제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아직 붕괴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9월에는 금리 인하가 시작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게이펜은 "그들(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경기침체를 만들어 낼 바로 그 위험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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