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손실에 횡령·배임" 금융소비자보호 우수등급 받은 은행 한 곳도 없었다
2024.08.04 15:22
수정 : 2024.08.04 15: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지난 3년 동안 15개 은행들 중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종합 '우수' 등급을 받은 곳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셍중국기업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사례가 적발된 데다, 100억원대 횡령·배임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H지수 ELS 상품을 불완전판매한 일부 은행들이 관련 항목에서 가장 높은 '우수' 등급을 받은 경우도 있어 금융감독원의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우수' 은행 15곳 중 제로
4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받은 15개 은행들 중 종합 등급이 우수 등급인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평가등급은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취약 등 5개 등급으로 내부통제기준·금융소비자보호기준이 요구되는 수준보다 높아 매우 높은 수준의 소비자보호를 달성할 수 있으면 우수 등급을 받는다.
지난 3년간 평가를 받은 15개 은행 중 KB국민은행·신한·NH농협은행 총 3곳만 종합 평가 양호 등급을 받았고, 12개 은행 모두 보통 등급으로 평가됐다.
보통 등급은 내부통제기준, 금융소비자보호기준이 요구하는 소비자보호 수준을 대체로 이행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소비자보호 체계·조직·제도와 실제 운영간 연계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은행은 민원·분쟁 발생건수, 평균 민원처리 기간과 같은 계량 항목보다 판매과정에서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운영과 같은 비계량 항목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21년 실태평가를 받은 하나·부산·경남은행과 카카오뱅크는 △금융소비자보호 전담조직 △금융상품 개발 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및 운영 △금융상품 판매 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및 운영 등 3개 비계량 항목에서 보통 이하 등급을 받았다.
광주·수협은행과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실태평가에서 총 6개의 비계량항목에서 모두 보통 이하 등급을 받았다. 금융상품 개발 시 소비자 위험요인 점검기준 마련, 해피콜·미스터리 쇼핑 등 판매절차 준수, 소비자보호 담당임원(CCO) 및 금융상품 판매 임직원·영업점 조직에 대한 성과보상제도 마련 등 비계량 항목을 살펴본 결과 실질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음에도 은행이 외형적으로 소비자보호를 강화했을 뿐 실질적인 이행은 더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불완전판매한 은행도 양호?" 실태평가 실효성 의문
금감원의 실태평가가 실제 소비자보호 관련 사고를 예방하고 은행 소비자보호 수준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실효성이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H지수 ELS를 판매한 농협·SC제일·신한은행은 금융상품 판매 단계에서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 항목에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지켜야 할 절차와 내부심의 절차를 마련·운영하고, 해피콜·미스터리쇼핑 등 판매절차를 점검할 기준도 갖춰 운영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는 평가다.
지난 2021년 실태평가를 받은 국민은행은 금융상품 개발 단계에서 금융소비자에 대한 잠재적 위험 평가를 실시하고, 판매 과정에서도 절차·방법·기준 운영 및 관련 성과 보상체계 등의 항목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금감원의 현장검사 결과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와는 상이한 판단이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지난 1월부터 ELS 판매 은행 등 주요 판매사에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 등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소비자보호 강화 방안이 담긴 H지수 ELS 사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