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게 된 부친의 군 순직…법원 "보상금 지급해야"
2024.08.05 09:54
수정 : 2024.08.05 09: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60여년 전 사망한 군인 아버지의 순직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자녀에게 군인사망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군이 순직 결정 사실을 유족에게 통지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소멸시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가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제기한 군인사망보상금 지급 불가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의 부친 B씨는 지난 1950년 육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1956년 1월 사망했다. 이후 육군본부는 1997년 7월 B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하는 재분류를 결정했지만, 이 사실을 유족들에게 통지하지 않았다.
2021년 10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B씨가 군 복무 중이던 1954년 8월 막사 신축작업에 동원됐다가 산이 무너지는 사고로 요추 골절 부상을 당했고, 이후 육군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B씨의 사망과 군 복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A씨는 부친에 대한 군인사망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국군재정관리단은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5년이 지나 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사망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A씨는 군인재해보상연금 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국군재정관리단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보상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 사망 당시 원고는 만 3세에 불과했고, 원고가 망인의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알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가 군인사망보상금 지급절차 등에 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보상금을 청구하는 것도 사실상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육군본부가 1997년 비로소 망인에 대해 순직 재분류 결정을 했으므로, 그 이전에 원고가 보상금 지급을 청구했더라도 인용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1981년 육군본부에 원호보상혜택에 관한 진정을 했으나, 육군참모총장이 '망인이 병사했다'며 이를 거부한 상황에 원고가 그 이상의 권리 행사를 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육군본부는 망인의 사망을 '병사'로 규정해 유족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으며, 뒤늦게 망인에 대한 순직을 결정하고도 이를 원고에게 통지하지 않았다"며 "원고가 군인사망보상금은 물론 국가배상 등 어떠한 금전적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