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티메프…'자율 구조조정' 합의도 난항 예상

      2024.08.05 17:06   수정 : 2024.08.05 17: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가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회생절차 개시 전 채무자와 채권자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에 협의하는 제도로, 합의가 이뤄질 경우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채권자 규모가 방대한 데다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합의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안병욱 법원장·김호춘 양민호 부장판사)는 지난 2일 티몬과 위메프가 신청한 ARS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결정을 오는 9월 2일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보류 기간은 1개월 단위로 최대 3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ARS 프로그램' 활용 사례 보니
지난 2018년 도입된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회생 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채무자와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협의할 수 있고, 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낙인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RS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활용했던 곳은 현대·기아차 등에 부품을 납품해온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다이나맥이다. 하지만 다이나맥은 채권단과 의견 조율을 하지 못하면서 일반 회생 절차를 밟았다.

자율 구조조정 합의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의류 매장 '트위'를 운영하는 유통업체 티엔제이를 들 수 있다. 지난 2019년 ARS 프로그램을 신청한 티엔제이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투자자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국내 사업의 수익성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자율 조정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아이비에스솔루션, 에이치케이, 폴루스바이오팜, 경원포장산업, 두산양행 등이 ARS 프로그램을 통한 자율조정 합의에 성공했다.

4년 6개월간 22건 진행…10건만 합의
그러나 실제 ARS 프로그램이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김기홍·우상범 서울회생법원 판사가 작성한 '회생절차의 틀 안에서의 하이브리드 구조조정 -ARS 제도의 개선과 과제-' 논문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회생법원에서 진행한 ARS 프로그램은 22건에 불과했다.

이 중 합의가 이뤄진 경우는 10건에 그쳤다. 합의가 불발돼 회생 절차가 진행된 경우는 9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개시신청이 취하된 경우가 2건, P플랜 절차로 인가된 경우가 1건이었다. P플랜은 채무와 채권자가 협의를 통해 회생계획안을 마련한 뒤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회생 절차를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비교적 협의가 수월한 금융기관보다는 판매자, 소비자, 결제대행사 등으로 채권단이 다양하게 구성된 데다 채권자 수도 11만명에 달하는 만큼 자율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채권자 수는 티몬이 4만7000여명, 위메프가 6만3000여명으로 총 11만명 수준이다.

실제 ARS 프로그램을 통해 합의한 사례를 살펴보면 채권자가 10명 미만인 경우가 많았다.
채권자가 다수인 경우에도 주요 채권자가 소수일 때 자율 구조조정이 가능했다.

박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티몬과 위메프의 변제 자력이 거의 없는 상태로 파악되는데, 자율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며 "대규모 채권단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생이나 파산을 진행할 때와 변제율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자율 구조조정에 합의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며 "자율 구조조정은 말 그대로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보니, 채권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법원 개입을 통해 변제받는 것을 원할 수 있다"고 봤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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