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아시아 증시 덮쳤다..역대급 폭락사태
2024.08.05 18:49
수정 : 2024.08.05 18: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시작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에 전 세계 자산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5일 국내외 증시는 새파랗게 질렸고, '폭락'에 관한 기록은 모두 새로 쓰여졌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77%(234.64포인트)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2611.30에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을 키우며 2600선, 2500선이 잇달아 붕괴됐다. 장 후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해 20분간 일시적으로 거래가 중단됐다. 거래 재개 직후 10% 넘게 떨어져 2400선(2386.96)마저 깨졌지만 장 막판 2400선을 지켜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만 1조5000억원어치 넘게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이 나홀로 1조7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88.05포인트(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1.77% 내린 765.57로 출발한 후 폭락을 거듭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결국 700선이 무너졌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권인 코스피200 대형주 전부가 한꺼번에 하락했다. 코스피 전체 상장사의 98%에 해당하는 924개 종목의 주가가 내렸고, 오른 종목은 11개에 불과했다. 하루 기준 역대 최대의 하락 종목 수다. 이에 따라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은 1997조7450억원으로 하루 만에 192조230억원이 증발했다.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338조4265억원으로 42조9883억원이 날아갔다. 두 시장을 합치면 약 235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국내 증시는 지난주 미국 제조업지표에 고용지표 부진까지 겹치면서 이틀 연속으로 급락한 뉴욕증시의 흐름을 따라갔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경기 침체는 단 번에 오지 않는다. 모든 상황이 쌓이고 쌓여 어떤 트리거에 의해 발동된다"며 "최근의 시장 움직임은 펀더멘털 외적 요인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낙폭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본과 대만 증시도 이날 8~12% 가까이 빠지며 최악의 폭락장을 맞았다. 특히 일본증시는 12.40% 떨어지면서 1987년 ‘블랙 먼데이’ 때를 넘어섰다. 대만 가권지수도 8.35% 하락해 올해 4월 23일 이후 3개월 반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전체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 TSMC의 주가는 9.7%.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훙하이정밀(폭스콘)은 9.9% 각각 폭락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