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TSMC의 AI 반도체 미래… ‘전력수급’에 갈린다

      2024.08.05 18:13   수정 : 2024.08.05 18:13기사원문
반도체의 초미세 공정화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이 늘어나면서 한국과 대만 반도체 업계가 '전력수급'이라는 공통된 난제에 빠졌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TSMC는 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미국·일본·독일로 생산거점을 이전하거나 전력 줄이기가 한창이다.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설립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대 과제였던 송전망 구축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받으면서 한숨은 돌렸으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걸림돌로 떠올랐다.



■ TSMC, 이번엔 '전력 리스크'

5일 외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초미세공정과 챗GPT 등 생성형 AI 열풍으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만발 전력 리스크가 TSMC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최대 위협으로 떠올랐다.

TSMC의 공정 차질은 곧 애플과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의 공급 차질을 빚게 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치명적이다.
앞서 대만은 2017~2022년 4번의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해 반도체 공급망이 출렁인 바 있다.

최근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가량 많은 2만4775GWh의 전력을 사용했다. 이는 대만 전체 전력의 8%, 상업용 전력의 15%를 차지하는 수치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30년에는 TSMC의 전력사용 비중이 10~12%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TSMC는 전·현 정부의 탈원전 중심 에너지전환정책때문에 전력 리스크를 겪고 있다.

당장 TSMC는 제품 생산에 드는 전력량을 줄이겠다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TSMC는 내부에 '녹색 제조부' 조직을 지난해 신설하고 태양광 등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확보와 각종 전력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 모색에 나섰다. 그러나, 파운드리 공정이 초미세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사용이 불가피해 전력량 절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EUV 노광장비는 대당 부품 숫자 10만개, 무게 180t에 달하는 '전기 먹는 하마'다.

■ K반도체는 '전기요금 리스크'

경기도 용인에 건설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도 안정적 전력 공급이 성공적 운영의 관건으로 꼽힌다. 송전선 등 전력 공급 체계가 반도체 생산 설비 구축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반도체 공장을 전기가 없어서 놀려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대량의 전기를 공급할 3조7000억원 규모의 송전망을 구축하는 사업이 예타 면제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클러스터 가동 초기 용인 반도체 산단 내 3GW급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건설해 전기를 먼저 넣고, 나머지 7GW의 전력은 송전망을 확충해 호남권의 태양광발전소와 동해안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끌어와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송전망 구축 사업의 예타 면제에도 최근 정부가 4·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전력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업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합리적 인상폭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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