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3 銀3, 세계 2위”… 그렇게 샤토루는 한국 사격의 성지가 되었다
2024.08.05 21:23
수정 : 2024.08.05 23: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는 이제 대한민국 사격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이름이다. 적어도 이 기록이 깨지기 전까지는 수십번, 수백번 언급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프랑스 파리에서 태극전사들이 일궈놓은 성과가 위대하다.
한국 사격이 2024 파리 올림픽을 역대 최다 메달 수확이라는 성과를 남기고 마무리했다. 한국 사격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5m 속사권총과 스키트 혼성 경기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감했다.
25m 속사권총에서 조영재(25·국군체육부대)가 은메달을 추가하면서 한국은 파리 올림픽 사격 마지막 날까지 시상대에 올라갔다. 한국 사격이 이번 대회에서 얻은 성적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로 종전 최고 성적을 냈던 2012 런던 대회(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뛰어넘었다.
샤토루를 한국 사격 성지(聖地)로 만든 시작은 올림픽 개막 첫날인 지난달 27일 공기소총 혼성 경기였다. 24세 동갑내기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면서 은메달을 명중해 이 종목 한국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들이 순조롭게 메달 물꼬를 트자 곧바로 금맥이 발견됐다.
지난달 28일에는 여자 공기권총에서 오예진(19·IBK기업은행)이 깜짝 금메달, 김예지(31·임실군청)가 은메달을 수확해 한국 여자 선수가 시상대를 휩쓰는 파란을 일으켰다. 또한 김예지는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며칠 안 돼 엑스(X·구 트위터)에 지난 5월 25m 권총 결선 세계 신기록 수립 당시 영상이 화제가 돼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달 29일에는 반효진(16·대구체고)이 여자 공기권총에서 역대 한국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한국 최연소 금메달, 역대 올림픽 여자 사격 최연소 금메달 등 숱한 기록과 함께 낭보를 전했다. 결선에서 황위팅(중국)과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금메달을 확정했다. 반효진의 금메달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이 사격인의 오랜 염원이었던 대구사격장 증축을 약속하기도 했다.
3일에는 한국 사격의 대회 3번째 금메달이 탄생했다. 대회 전부터 금메달 유력 후보로 꼽았던 25m 권총 세계랭킹 2위 양지인(21·한국체대)은 기대대로 금빛 총성을 울렸다. 양지인은 결선에서 프랑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카밀 예드제예스키(프랑스)와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금메달을 명중하는 강심장을 뽐냈다.
여기에 사격 마지막날인 5일에는 조영재가 25m 속사권총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 사격 역대 최고 성적을 완성했다. 런던과 파리의 성과를 비교하면, 이번 대회가 한국 사격에 남긴 의미가 더욱 두드러진다.
런던에서는 '사격 황제' 진종오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2관왕에 올랐고, 김장미가 25m 권총에서 깜짝 금메달을 수확했다. 은메달을 딴 50m 소총3자세 김종현과 50m 권총 최영래는 30줄에 접어든 베테랑 사수였다.
반면 이번 대회는 2003년생 양지인, 2005년생 오예진, 2007년생 반효진 등 2000년대에 태어난 어린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어 한국 사격 전성기를 예고했다. 또한 소총과 권총, 혼성 등 메달 획득 종목을 다양화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조영재의 '은빛 총성'은 한국 사격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속사권총 메달이다. 단순히 금메달을 많이 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종목의 다양성을 이뤘고, 다양한 선수층을 갖췄다. 거기에 앞으로 20년을 이어갈 수 있는 최고의 젊은 인재들을 양성했다. 현재 금메달 평균 나이로만 따지면 전 종목에서 사격이 가장 어리다.
대한민국은 5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에 이어서 사격 부문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양궁 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파리 올림픽을 통해 세계 최정상급 사격 강국으로 우뚝 섰음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