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 알제리 복서 칼리프... "나는 여자, 혐오·괴롭힘 이제 그만해"

      2024.08.05 21:37   수정 : 2024.08.05 23: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이 성별 논란으로 얼룩져 사실상 올림픽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인 알제리 선수가 자신에 대한 혐오 발언과 괴롭힘을 중단해달라고 국제 사회에 촉구했다.

이마네 칼리프(26)는 4일(현지시간) AP통신의 스포츠 영상 파트너인 SNTV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올림픽 원칙과 올림픽 헌장을 지키고 모든 선수를 괴롭히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했다.



칼리프는 "괴롭힘은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을 파괴하고 사람의 생각과 정신, 마음을 죽일 수 있다"며 "그래서 나는 괴롭힘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칼리프는 이번 올림픽에서 대만의 여자 복서 린위팅(28)과 함께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국제복싱협회(IBA)는 두 선수가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며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선수를 실격 처분했다. 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으며 두 사람이 규정에 따라 출전 자격을 따낸 만큼 파리올림픽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칼리프와 16강전에서 맞붙은 이탈리아 안젤라 카리니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칼리프의 펀치를 얼굴에 맞은 뒤 곧바로 기권을 선언하면서 칼리프 출전의 공정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이탈리아 일부 극우 인사는 칼리프가 '트랜스(성전환) 선수'라는 잘못된 말을 퍼트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칼리프와 린위팅이 모두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4강에 오르며 이런 논란은 더욱 촉발되고 있다. 경기력에서 너무 우수하다보니 "누구 하나 죽어야 이런 성별 논란의 심각성을 알 것인가"라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칼리프는 자신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알고 있지만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가급적 외부 평가에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나는 소셜미디어를 잘 안 한다"며 "올림픽에서는 특히 정신건강을 관리해주는 팀도 있어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소셜미디어를 자주 하지 않도록 관리해준다"고 말했다.



다만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족과 연락하는데 가족이 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가족이 큰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 위기가 금메달로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칼리프는 자신의 출전을 허용해준 IOC엔 "올림픽 위원회가 나에게 정의를 실현해 준 걸 알고 있으며 진실을 보여준 이번 결정에 기쁘다"고 고마워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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