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도 속절없이”···ETF 시총 하루만에 6兆 증발

      2024.08.06 14:49   수정 : 2024.08.06 14: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주식시장이 최악의 하루를 보낸 여파가 간접투자 수단인 상장지수펀드(ETF)에까지 넘어왔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6조원 이상이 날아가고, 10개 중 8개 가까운 상품이 손실을 봤다. 경기둔화 우려와 엔·달러 환율 등이 안정화될 때까지 이 같은 흔들림은 이어질 전망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873개 ETF 합산 시가총액은 148조5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거래일(154조7072억원) 대비 3.95%(6조1172억원) 빠진 수치다. 1주일 전인 7월 29일(157조5344억원)과 비교하면 5.68%(8조9444억원)이 증발됐다.

ETF 시가총액은 통상 펀드 규모를 가늠하는 순자산총액에서 현금 보유액 등을 차감한 값을 뜻한다. ETF 주가에 발행 좌수를 곱해 계산하며, 순수 시장가치를 가리킨다.


주식형이 622개로 ETF 시장 71%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주식시장 패닉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전체 ETF 주가가 평균 5.06% 떨어졌고, 873개 중 78%에 해당하는 681개가 하락했다. 미변동 13개를 제외한 179개(20.5%)만 상승했다.

특히 한국·미국·일본 대표지수, 반도체, 2차전지 등에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상품들 낙폭이 컸다. 당일에만 주가를 10% 넘게 떨어뜨린 종목만 138개, 20% 이상은 9개였다.

기관 매도세가 주효했다. 지난 5일 하루 동안 3117억원어치 넘게 순매도 했다. 이날을 포함해 최근 1주일 간 1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매도 우위를 보이며 1조원어치 이상 팔아치웠다.

기본적으로는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7월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로, 시장 예상치(48.8)를 밑돌았다. 해당 수치가 50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일자리 시장 균열 신호도 잡혔다. 미국 7월 비농업 고용이 11만4000건 증가했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17만6000건) 대비 6만건 이상 적은 결과다. 채권 가격이 뛰면서(금리 하락) 주식에 넣어뒀던 자금을 이동시키는 수요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사라졌다. 여태껏 가격이 저렴했던 엔화를 빌려 수익성이 큰 국가나 상품에 투자하는 수요가 많았으나, 일본 기준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격이 뛰었고 이제 반대로 주식 등에서 돈을 빼 빌렸던 엔화를 갚으려는 움직임이 생겼다는 뜻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요인은 표면적 경제둔화 우려보다 엔화 강세로 인한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며 “엔·달러 환율과 닛케이지수가 지지선을 확인해야 패닉 심리가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5일(현지시간) 7월 미국 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 대비 2.6p 상승한 51.4로 나오며 침체 우려는 다소 식었다.
해당 지표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뜻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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