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방화범 따로 있었다..."도망간 와타나베 부인"

      2024.08.06 17:13   수정 : 2024.08.06 17: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증시의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엔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저금리 엔화를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외환투자자)'이 서둘러 짐을 싸면서 글로벌 증시에 혼돈이 왔다는 지적이다.



엔화 급강세로 '엔 캐리'도 3분의 1 토막

6일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적인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은 7만3460계약(7월 30일 기준)으로 전주 대비 31.41% 줄었다. 지난달 2일 18만4223계약까지 치솟던 엔화 선물 순매도가 4주 만에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올해 내내 오르던 엔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엔화 선물 순매도도 빠르게 청산되기 시작했다. 지난 달 3일 엔달러환율이 162.01엔까지 올랐지만 지난 5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41.68엔까지 떨어졌다. 한 달 만에 엔달러환율이 12.54%가 빠진 것이다.
그만큼 엔화의 가치가 달러 대비 높아졌다는 의미다.

엔화가 강세를 보인 데에는 미국의 금리인하가 확실시되면서 일본이 금리를 올리는 등 미·일 금리차 축소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각국에 흩어졌던 일본의 투자금이 빠르게 회수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맞물리면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의 앨런 루트는 "일본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시장을 폭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역사적으로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 글로벌 증시가 휘청였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하게 청산됐던 건 1998년, 2008년, 2020년이었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있던 지난 1998년 당시 미국 증시는 고점 대비 14%, 유럽은 27% 하락했고, 서브프라임 사태,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이 있었던 2008년엔 엔 캐리 청산 이후로도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40% 넘게 하락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 정현종 연구원은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되고, 엔화 강세 압력이 심화되는 경우에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도 커진다"며 "역사적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선진국 지수가 부진했던 바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증시에도 일본 자금은 16조원 이상이 흐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일본계 자금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액은 16조291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 상장주식 보유액은 2022년 말 12조3910억원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말 15조원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를 보여왔다. 일본계 자금은 지난 6월에도 국내 증시에서 191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국내 증시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월까지 이어진다...방어적 대응해야"

증권가에선 '엔화 리스크'가 9월까지 이어질 거라고 경고한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과거 엔 캐리 청산이 시작되면 시차를 두고 반복됐다. 특히 지난 1998년에는 엔달러환율이 기술적으로 반등한 이후 추가 하락이 전개되면서 2차 충격이 가해졌던 바 있다"며 "9월 20일 예정된 일본의 금융정책결정회의 전후로 금리인상의 신호가 나오면 다시 한 번 엔화 변동성 확대와 함께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 박수연 연구원도 "일본은행(BOJ)의 강한 정상화 의지와 비상업용 엔화 포지션을 감안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는 지속될 것"이라며 "엔달러환율의 1차 지지선은 146엔이었고, 2차 지지선은 140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격적인 비중 확대보다는 방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투자증권 정현종 연구원은 "엔화 강세의 둔화 흐름이 확인될 때까지는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라며 "단기 반발 매수세의 유입이 나타나더라도 공격적 비중확대에는 유의가 필요하다.
대표 수출주보다 음료와 식품 등 엔화 강세 수혜주와 내수주, 배당주 중심의 방어적인 대응이 유효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은 "과거 엔 강세가 나타났을 때 업종을 살펴보면 단기에 자동차, 반도체, 인공지능(IT) 가전, 화학 등이 코스피지수를 아웃퍼폼했다"며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관심은 유효하다.
또한 엔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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