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잦다? 실제론 0.03%뿐… 내연차는 1.5%

      2024.08.06 18:41   수정 : 2024.08.06 18:41기사원문

지난 6월 리튬 배터리 공장 폭발사고에 이어 잇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사고로 '배터리 포비아(공포증)'가 커지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둔화) 여파로 업황이 급격히 침체된 상황에서 뜻밖의 악재까지 직면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폭발물'이라는 인식 확산을 가장 우려하면서 이번 사태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과 K배터리사들의 대응방안, 정부 대책의 방향성 등을 긴급 점검해 본다.


배터리업계는 최근 배터리 관련 사고 원인이 배터리 때문인지 불명확한 데다 배터리 자체의 안정성과 연결짓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불필요한 불안감 확산보다 명확한 사고원인 규명이 우선이라면서도 사태 추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터리사들은 최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사고 합동점검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화재 원인이 배터리로 밝혀진 건 아니지만 당장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두고 갈등을 빚는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는 등 불안이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가 배터리 때문인지도 아직 모르고, 맞다고 해도 해당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는 중국산"이라며 "품질이나 관리 차원에서 한국산 배터리와 다르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배터리업계에선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하고 있다. 과거 한국은 ESS 설비규모 1위를 기록했지만 2017년부터 50건의 ESS 사고 발생 이후 여러 지원제도가 끊기면서 투자가 침체됐다. 오는 2030년엔 설비규모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초창기 ESS 사고가 많이 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싹 멈췄다"며 "그때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고, 투자가 지속적으로 집행됐다면 ESS가 각광을 받고 있는 지금 굉장히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이번 사고 원인이 배터리 결함으로 밝혀지면 국산 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를 공급사 우선순위에서 제외했던 벤츠가 한국산 배터리 공급을 늘려 나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최명영 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 R&D전략팀장은 "사고 차종과 동일한 벤츠 EQE세단은 북미 지역에서 유사한 형태의 화재로 리콜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과도한 오해가 불필요한 배터리 포비아를 지속시킬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화재 발생률이 높고 △전기차 사고가 배터리 폭발과 직결되며 △배터리 발화가 배터리 자체에 기인한다는 인식을 예로 들었다.

화재 위험과 관련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위험하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 자동차보험 중개업체 '오토인슈어런스이지'가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교통통계국(BTS)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10만대당 화재 수는 내연기관이 1529.9대(1.5%)로 전기차 25.1대(0.0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전기차 사고가 곧 배터리 폭발로 이어진다는 인식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전기차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1만대당 화재발생 비율은 1.63%였는데, 배터리 발화에 따른 1만대당 화재발생 비율은 0.52%로 3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가 교통사고 화재보다 훨씬 적다는 의미다.

배터리업계는 무엇보다 배터리 화재가 배터리 결함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을 우려하고 있다.
배터리 발화라고 해도 반드시 배터리 자체 결함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전기차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가 미세충돌, 부딪힘 등 자극을 받으면 분리막이 찢어지는 등 배터리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운전습관이나 습도가 높은 지역에 방치하는 등 관리영역 전반에서 배터리에 대한 리스크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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