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거절하는 절대권력 : 북한 독재의 또 다른 민낯
2024.08.08 06:00
수정 : 2024.08.08 11:09기사원문
국민이 도탄에 빠지고 국가가 재난에 직면해도 독재자는 외부 도움의 손길을 거부한다. 그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독재자는 국가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관리하면서 자신을 신격화한다.
독재자는 천재지변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다 재난에 직면한 국민도 외면하곤 한다. 자신의 정권안보에 매몰된 사고로 외부 도움으로 살릴 수 있었던 국민을 저버리는 것이다. 쿠르스크함 침몰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푸틴은 2000년 5월 러시아 3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절대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약 3개월가량 지난 8월 12일 핵잠수함 쿠르스크함이 바렌츠해에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당시 러시아는 잠수함 구조작전 능력이 미흡했지만 이 소식을 외부에 알려 도움을 구하기보다는 숨기기 급급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푸틴 정권안보가 더 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서방 언론을 통해 쿠르스크함 침몰 소식이 알려지자 그때서야 러시아는 쿠르스크함 침몰 상황을 인정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잠수함 구조작전 제안을 거부하면서 골든타임을 잃게 된다. 한편 러시아는 14일 승조원 전원 생존해있다는 거짓발표를 한 후 결국 16일 노르웨이·영국의 잠수함 구조작전 제의에 응하지만 20일 구조전력이 확인 결과 118명 승조원이 모두 사망한 뒤였다. 쿠르스크함 승조원이 침몰 잠수함에서 극한의 공포에 시달릴 당시 푸틴은 휴양지에 있었지만 이 소식을 접하고도 휴양지에 계속 있다가 18일에서야 모스크바 집무실로 복귀했다. 이 사건은 2019년 ‘쿠르스크’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개봉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북한 압록강 지역이 홍수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사망자와 실종자는 1500여명 정도이고, 4100여채 정도가 침수되었다는 추정치가 보도되기도 했다. 자연재해 구호지원은 국가라는 장벽을 넘어 사람을 살리는 초국가적 인도주의 사안이다. 따라서 국제기구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지원 제의에 나섰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외부지원을 거부한 채 김정은이 소형보트를 타고 현장시찰을 하는 심정적 연출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동맹국인 러시아의 도움 요청마저 거절했다. 푸틴이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보냈지만 김정은은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겠다”며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모습은 인민보다 정권안보가 우선이라는 기존의 어긋난 관성을 지속하는 모습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의 민낯을 보여주다고 하겠다.
정치권력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켜서도 안되고 정권안보를 위해 도움이 절실한 국민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마찬가지로 정치·외교와 인도주의적 지원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이러한 구분원칙을 국제규범화하려는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김정은 정권이 외부도움을 받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주지하더라도 한국 등 외부국가와 국제기구는 지원 제안을 지속해나가야 한다. 북한이 지원 제안을 수용한다면 인도주의적 도전 대처에 도움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북한 정권의 민낯을 알려 문제인식을 확산함으로써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