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폭우 피해 지원보다 초상화 훼손되지 않았는지 ‘모심사업’ 점검 지시

      2024.08.07 15:35   수정 : 2024.08.07 15: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북한 전역 곳곳에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평안북도 벽동군에서는 당 및 청년 조직이 주민 지원보다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상태 점검을 최우선 사업으로 제시하고 있어 불만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북한 관련 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평북 벽동군 당위원회와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은 홍수 피해 발생 이후 각 기관, 단체, 가정들에 설치된 김씨 일가의 초상이나 동상, 비석 등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이른바 ‘모심사업’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 사업을 발빠르게 다그치고 있다.

데일리NK는 익명을 요구한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벽동군 연풍리, 송이리 등의 리당 간부들과 농장 청년동맹 초급일꾼들은 살림집들을 돌아다니면서 각 가정에 있는 초상화 상태를 검열하고 있다”며 “검열 시작부터 대부분 세대가 숯주머니 상태 불량으로 숯주머니를 교체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숯은 습기나 냄새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북한에서는 천연 습기제거제인 숯주머니를 초상화 뒤에 부착해 놓는데, 숯에 습기가 많은 경우 이를 말려서 다시 넣거나 새로운 숯으로 교체해 넣는 식으로 숯주머니를 관리하고 있다.

그는 “상급 기관들에서는 숯주머니 상태를 보면 모심사업의 수준을 알 수 있다면서 숯주머니 점검을 중요하게 지적했고, 청년동맹 초급단체에서는 숯주머니 교체를 위한 회의까지 개최해 현재 청년동맹원들이 숯주머니 만들기 작업에도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내 혁명사적지나 혁명역사연구실과 각 기관과 학교, 가정집들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가 습기나 침수로 인해 훼손되지는 않았는지를 살펴보라는 군당과 군 청년동맹의 지시에 현재 하부 단위들에서는 모심사업 실태 검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주민들은 피해 복구보다 초상화 점검 등 모심사업을 우선시하는 행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소식통은 “물난리 피해로 인해 나서 군 전체가 어수선한 상태로 땔감도 못 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무슨 수로 숯을 구해 교체하겠느냐”며 “주민들 속에서는 ‘인민들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고 상부에 아첨하려고 모심사업 점검부터 우선적으로 신경을 쓰는 간부들이 참 지긋지긋하고 답답하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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