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기댄 日자동차, 엔화 오르면 힘 못 쓴다
2024.08.08 10:45
수정 : 2024.08.08 10:45기사원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2·4분기 일본 7대 완성차 업체의 실적이 엔저(엔화 약세) 효과를 제외하면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 단행으로 엔화 가치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 엔화 가치 수준을 유지한다면 3·4분기에는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주요 7개 완성차의 4~6월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2% 증가한 2조1000억엔(약 19조768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닛산과 미쓰비시 등 2개사를 제외한 5개사가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특히 도요타, 혼다, 스즈키는 설립 이래 사상 최고 이익을 기록했다.
7개사의 증익 요인은 엔저였다. 4~6월의 평균 환율은 1달러당 약 156엔으로 1년전 보다 19엔 하락했다. 엔저는 이익을 5800억엔 끌어올렸다. 전체 이익 폭(2200억엔)을 웃도는 규모다.
엔·달러는 7월 상순에 37년만의 최하인 162엔까지 떨어진 후 BOJ의 추가 금리인상 단행 직후인 5일 한때 141엔대까지 올랐다.
만약 8~9월 엔·달러가 현재 145엔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엔저 효과는 약 5엔으로 2·4분기의 4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자동차 판매 흐름은 그다지 좋지 않다. 자동차 가격 인상 효과가 있었음에도 각사의 세계 판매 합계는 약 580만대로 2% 감소했다. 전기차(EV)와 자율주행 연구개발비와 임금인상 등에 따른 비용증가가 약 3800억엔 이익을 끌어내렸다. 3·4분기 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현실화한다면 9분기 만의 첫 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된다.
닛케이는 "3·4분기는 비용이 증가해 7개사가 영업이익 감소로 돌아설 가능성 있다"며 "환율 상정 레이트를 높게 잡은 닛산과 마츠다를 제외한 5개사의 영업이익 감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핵심 시장인 미국의 흐름도 변화가 감지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 부족이 해결되면서 미국의 올해 승용차 수요 전망은 전년 대비 4% 증가에 그치고 있다. 재고 증가는 신차 가격을 억제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말 BOJ는 단기 정책금리를 종전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다. 이후 급격한 엔고가 진행되면서 전 세계 증시가 한꺼번에 요동쳤다. 일각에서는 BOJ가 성급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지난 7일 "금융 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는 생각은 경제와 물가 전망이 실현돼 간다고 하는 조건이 붙어있다"고 밝혔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