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황 임박? 성장 느려졌지만 침체로 보기 어려워

      2024.08.08 14:43   수정 : 2024.08.08 14: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달 수면 위로 떠오른 미국 경기 침체 공포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침체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이 재계 및 학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 상태는 아니지만 성장이 느려진 것은 사실이라며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시 회복 정체, 소비 줄이는 미국인들
미국 뉴욕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 지수는 7일(현지시간) 전장 보다 각각 0.6%, 0.77%, 1.05% 내린 채 장을 마쳤다.

해당 3대 지수들은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실업률 수치가 연달아 기대 이하로 밝혀졌던 지난 1~2일에 경기 침체 공포로 하루 1~2%씩 연속으로 빠졌다. 3대 지수는 주말 동안 아시아 증시가 10% 가까이 폭락한 직후 5일 거래에서 3% 이상 추락했지만 6일 반등했다.
그러나 회복세는 7일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외신들은 5일 '검은 월요일' 폭락장이 미국의 경기 침체 불안이 극도로 증폭된 상황에서, 지난달 일본은행의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에 따른 국제적인 엔 거래 손실이 연쇄반응을 일으킨 결과라고 분석했다. 7일 미국 증시는 같은날 일본은행이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상승장으로 출발했다.

영국의 지수 및 외환 거래기업 씨티인덱스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애널리스트는 증시 회복 정체에 "시장이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며 "강세장이 재개되려면 바닥 확인에 대한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 발표에서 내년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을 기존 15%에서 25%로 높여 잡았다. 다른 대형 은행인 JP모건체이스도 7일 미국의 올해 경기 침체 확률을 지난달 초(25%)보다 높은 35%로 설정했다. 2025년 하반기까지 침체 확률은 45%로 기존 예측치를 유지했다. JP모건체이스는 이날 고객 보고서에서 "노동수요가 예상보다 급격하게 약해졌고 인력 감축의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 역시 불안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주요 미국 소비재 기업들의 매출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6일 미국 월트디즈니는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놀이공원 사업부가 소비 수요 둔화의 영향을 받았다며 해당 사업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놀이공원과 디즈니 소매점에서의 장난감, 인형 등의 판매도 같은 기간 5% 감소했다고 알렸다.

디즈니와 같은날 실적을 발표한 힐튼호텔의 크리스 나세타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이 확실히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이 사용 가능한 소득, 가처분 소득이 줄었고, 여행 등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줄었다"고 말했다. 미국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6일 실적 발표에서 성수기인 여름철에도 미국인 이용자의 수요가 약하다며 연간 매출 성장이 둔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침체는 아니지만 경기 둔화는 걱정해야
일반적으로 한 국가에서 GDP가 2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면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관련 발표에서 비영리 학술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판단을 기준으로 삼는다. NBER은 “경제 전반에 걸쳐 경제 활동이 심각하게 감소하고 해당 현상이 몇 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경기 침체라고 판단한다. 미국 온라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7일 NBER가 침체를 선언하기 전에 충분히 자료를 모으기 때문에 실제 침체가 발생하거나 끝난 다음에나 NBER 발표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악시오스는 NBER이 침체 척도로 삼는 신규 고용과 실질개인소득이 지난 2·4분기에 여전히 증가세였다며 다만 늘어나는 속도가 느려졌다고 평가했다.

세계 2위 해운업체인 덴마크 머스크의 빈센트 클럭 CEO는 악시오스 보도 당일 미국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매업체와 소비자 브랜드의 미국 수입용 주문을 살펴보고 있는데 수요가 여전히 꽤 견고한 것 같다"며 "적어도 우리가 보는 자료들은 현재 소비 수준이 계속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클럭은 미국에서 운송 및 가공 대기 중인 상품 재고가 "올해 초보다 많지만 걱정스러운 수준이라거나 당장 상당한 둔화가 예상되는 수준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너드월렛의 엘리자베스 렌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악스오스를 통해 "미국 경제는 지난 2년 동안 매우 강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잠재적인 균열이 윤곽을 드러나면 이를 경계해야 하며 파국으로 잘못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7일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경제가 침체 상태는 확실히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4월 인터뷰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미국 경제가 큰 충격 없이(연착륙)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35~40% 정도라고 밝혔다. 다이먼은 7일 인터뷰에서 연착륙 확률을 묻자 "이전과 거의 비슷하다고 본다"면서 "경제에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긴장, 주택, 재정적자, 가계지출, 양적 긴축, 대선 등 모든 것들이 시장을 당혹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금리로 물가상승률 억제를 꾀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상승률 목표(2%)를 달성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조금 회의적이다"라고 답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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