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에 등골 휘는데, 한쪽선 역대급 실적"...'홍해 리스크'에 산업계 '희비교차'
2024.08.08 18:13
수정 : 2024.08.08 18: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동지역의 전운 고조로 상승한 해상운임이 유럽시장 수출 기업들의 하반기 수익성에 최대 악재로 떠올랐다. 특히,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가전과 타이어 업계가 물류비 부담의 타격이 가장 커지고 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선사들의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 선택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미·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는 국내 가전업계는 운임 비용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65% 이상인 LG전자는 "하반기 컨테이너당 해상운임이 전년 동기 대비 58% 상승했다"면서 올해 물류비가 수익성 확보의 최대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도 주력 제품인 가전과 TV를 주로 바다를 통해 운반되기 때문에 해상 운임 변동에 민감하다. 올해 1·4분기 삼성전자의 운송비는 71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4% 증가했다. LG전자의 운송비도 691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단위 장기 계약으로 안정적으로 선박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일부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은 해상 물류비 인상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계약 선사 확대 △대안선박 확보 △중간 경유지 통한 환적 △유럽지역 생산기지 가동률 확대 등 방안 마련에 나섰다.
타이어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넥센타이어는 올해 2·4분기 전체 매출액 대비 운송비는 10% 정도로 지난 분기 9.3% 대비 소폭 올랐다. 다른 타이어업계도 비슷한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타이어업계 현지 물류 센터를 중심으로 해상운임 상승에 대응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와 코로나19 이후 현지 물류 재고량을 확대했다. 넥센타이어도 북미 등 주요 거점에 지역 물류 센터를 확장한 상태다. 금호타이어는 해상운임 상승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
국내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대부분의 물량을 항공으로 운송해 해상운임 상승의 여파를 피했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해상운임 상승의 영향을 최소화했다. 다만, 완성차 업체들과 차량부품 업체들의 계약 갱신 시점이 도래하면서 하반기 운임비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해운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다시 호황을 맞았다. 해운업 침체와 1·4분기 비수기에 대비했던 해운업계는 지난해 연말부터 홍해 부근의 정세 불안으로 운임이 강세를 보이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는 2·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가 지난해 영업이익을 초과한 726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경기가 좋든 나쁘든 운영하는 '정기 서비스'라 운임이 오르면 수익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권준호 홍요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