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1.5%·투자 0.4%로 둔화… "이달 기준금리 내려야"
2024.08.08 18:20
수정 : 2024.08.08 18:20기사원문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는 소비 여력을 잃었고, 기업은 투자를 제약받고 있다. 이 여파가 고용시장까지 번지면서 취업자 수 증가폭도 크게 축소했다.
정부는 하반기 내수가 회복 흐름을 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올 하반기 금리인하를 시작하더라도 내수 반영에는 최소 반년은 소요될 전망이다.
■고금리에 가계·기업 모두 빨간불
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민간소비 전망을 기존 1.8%에서 1.5%로 0.3%p 하향 조정했다. 고금리에 따른 여파다.
투자 상황은 더 나쁘다. 기존 2.2%에서 0.4%로 1.8%p나 전망치를 내렸다.
KDI는 "설비투자는 반도체경기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함에 따라 기존 전망보다 크게 낮은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내수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금리 장기화가 꼽힌다.
민간부채가 대규모로 누적돼 가계는 소비에 쓸 여윳돈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2·4분기 우리나라 소매판매는 2009년 1·4분기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 2·4분기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불변)가 전년동기 대비 2.9% 하락한 102.0(2020년 100)을 기록했다. 승용차(-13.2%)를 비롯한 내구재(-5.1%)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준내구재(-4.3%), 비내구재(-1.2%)도 일제히 하락했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 2022년 2·4분기부터 9분기 연속으로 하락세다. 설비투자 역시 부진이 지속됐다. 5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작년동월 대비 5.1% 급감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업 입장에서 투자의 비용은 금리이고, 수익은 경기가 얼마나 좋을지에 있다"면서 "수출과 관련해선 경기가 나아지고 있는데 설비투자가 잘 안되는 것은 역시 고금리가 조금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DI "금리 내려야"
계속된 내수부진으로 우리 경제는 2·4분기 0.2% 후퇴하면서 1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 경제 역성장은 2022년 4·4분기(-0.5%) 이후 1년6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내수추락 여파는 다른 부분으로도 퍼지고 있다. KDI는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서비스업 중심으로 축소되고 있다며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기존 24만명에서 20만명으로 대폭 내렸다.
KDI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거나, 중국이나 미국의 경기가 급락하는 경우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대내적으로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 내수회복이 더 지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속한 금리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규철 실장은 "경기와 물가를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지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충분히 (금리인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