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바가지에 바다 피서 '옛말'.. 미술관은 관람객 '북적'
2024.08.09 19:23
수정 : 2024.08.09 20:51기사원문
"불볕더위에 바가지 요금을 당하는 바다나 산 보단 시원한 내부에서 휴가를 즐기는 게 훨씬 낫죠."
올여름 유래 없는 계속된 폭염으로 야외 캠핑보단 미술관 전시와 독서로 휴가를 즐기는 이른바 '실내 바캉족'이 급증하고 있다.
9일 미술·출판계 따르면 무더위가 지속되자 국내 주요 미술관에 관람객이 몰리고, 스릴러 등 도서가 불티 나게 팔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아르코미술관·롯데뮤지엄 등 국내 굴지의 미술관들은 전년에 비해 관람객이 증가세다.
물론, 이들 미술관의 전시 작품 질이 높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계속된 폭염으로 시원한 실내를 찾는 관람객들이 증가세에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사물과 인간의 역동적인 관계를 고찰하는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전, 서울시립미술관은 고 천경자 화백(1924∼2015)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전, 아르코미술관은 어린이 작품 전시 '알록달록 마음 조각'전, 롯데뮤지엄은 세계적인 시각 예술가 다니엘 아샴의 전시 '다니엘 아샴: 서울 3024'전을 각각 내세워 전시 중이다.
한 미술관 관계자는 "애초 전시 주제가 흥미로워 흥행을 하고 있었지만 심한 폭염으로 야외 보단 실내를 찾는 관람객들이 유입돼 매일 전시장이 붐비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매년 여름 붐비는 전국의 해수욕장은 전년에 비해 급감한 실정이다. 피서객이 반토막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포항 지역 해수욕장 피서객은 지난달 6일 개장한 이후 지난 5일까지 31일간 28만5000여명으로 지난해 해수욕장 개장 이후 31일간 피서객 44만1000여명 보다 크게 발길이 끊겼다.
이외에 경주, 영덕, 울진 해수욕장 피서객도 지난 5일 기준으로 지난해 12만1000명에서 올해 10만6000명으로 감소했다. 들락날락하는 심한 폭염과 장마, 바가지 요금, 해파리 습격 등이 피서객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미술관 전시 뿐만 아닌, 집에서 독서를 즐기는 '실내 바캉스족'도 이번 여름 휴가철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일본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북다)는 휴가철에 어울리는 '스릴러 소설 특수'가 맞물려 2주 연속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정상에 올라있다.
한 서점 관계자는 "무더위가 계속 되다 보니 자택에서 책을 읽는 독자가 늘어났다"며 "이러한 여파로 스릴러 분야의 도서가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