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서건우, 시스템 오류 金 도전 기회 날릴 뻔… 34초 남기고 6-15 뒤집었다

      2024.08.09 19:27   수정 : 2024.08.09 20:37기사원문

기사회생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이다.

한국 태권도 서건우(20·한국체대)가 판정 시스템 오작동으로 하마터면 2024 파리 올림픽 첫판에서 탈락할 뻔했다.

태권도 경기에서 라운드 동점 시 승자를 가리려 각종 경기 지표를 계산할 때 일부 항목의 우선순위가 잘못 설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서건우(세계랭킹 4위)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남자 80㎏급 16강전에서 호아킨 추르칠(칠레·24위)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이겼다. 그야말로 진땀승이었다.
1라운드를 내준 서건우는 2라운드 종료 34초 전 6-15까지 밀렸다.

다급해진 서건우는 매서운 발차기 공세를 퍼부었다. 2라운드 종료 13초 전 상대 감점으로 1점을 딴 서건우는 한 차례 감점을 받긴 했지만 이후 회전 몸통 공격(4점)으로 11-16까지 따라갔다.


이어 종료 직전 온 힘을 짜내 뒤차기를 시도한 게 상대 몸통에 맞았다. 동시에 추르칠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 감점까지 주어지면서 경기가 종료됐다. 이 때부터 '판정의 시간'이 시작됐다.

서건우의 마지막 공격은 처음에 2점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회전 공격으로 몸통을 때리면 4점을 받아야 한다.

14-16으로 최종 스코어가 끝난 상황에서 심판진이 장면 검토에 들어갔고, 칠레 코치진도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서건우가 뒤차기를 한 걸로 인정돼 극적으로 2라운드가 16-16 동점이 됐다.

라운드 동점인 경우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각 항목을 검토한 심판진은 처음에는 추르칠의 승리를 선언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식 정보 사이트 마이인포에도 이때 추르칠을 16강전의 승자로 발표됐다.

그러자 서건우가 심판에 항의했고, 오혜리 대표팀 코치까지 코트로 뛰어들어와 이의를 제기했다. 오 코치는 10초간 경기장 위에서 심판과 본부석을 오가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경기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각 동작과 장면을 따져보며 동점 상황에서 판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재검토했다.


이 과정이 길어지자 '정확한 판정을 위함이니 양해를 부탁 드린다'는 장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결과는 번복이었다.
서건우의 2라운드 승리가 인정됐다. 우승 후보로 언급되다가 첫판부터 패배 직전까지 간 서건우는 심기일전해 3라운드를 14-1로 완승했다.


서건우의 8강 상대는 요르단의 강호이자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살리흐 엘샤라바티(5위)를 꺾고 올라온 엔히키 마르케스 페르난지스(브라질·23위)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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