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80% 해외로

      2024.08.12 17:49   수정 : 2024.08.13 10: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인 반면, 반도체 장비에 있어서는 국산화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보다 2배 이상 큰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분야에서 '첨병' 역할을 하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 경쟁력은 미국과 중국, 대만 등 경쟁국과 비교해 크게 뒤진다는 평가다.



12일 SEM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는 1063억달러 규모었다. 이 중 우리나라는 199억달러로 중국 366억달러에 이어 반도체 장비 투자국 2위였다.

하지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국산화 비율은 수년째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반대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장비에 투자한 금액 중 80%가량이 해외 업체들에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수치상으로는 지난해 반도체 장비 투자액 199억달러 중 160억달러 정도가 네덜란드 ASML과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해외 장비업체들로 빠져나간 셈이다.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팹리스 경쟁력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팹리스는 반도체 연구·개발(R&D)만 전문으로 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한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우리나라 점유율은 고작 1.5%에 불과하다.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은 "반도체 시장이 호황에 접어들면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산업에서 강세를 보이는 우리나라가 주목을 받는다"며 "하지만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이며, 더욱이 팹리스 점유율은 이보다 더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팹리스와 함께 반도체 장비 경쟁력 강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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