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손태승 前회장 부당대출 건 통렬한 반성

[파이낸셜뉴스]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차주들에게 616억원 규모의 부당·부실대출을 내어준 것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11일 밝혔다. 우리은행은 손태승 회장의 처남댁과 처조카 등 친척이 전·현직 대표를 맡고 있는 기업에 총 616억원(20개 업체, 42건) 규모의 대출을 취급했다.

■통렬한 반성, 진심으로 송구
우리은행은 '여신심사 소홀 등 부적절한 대출 취급행위가 있었던 데 대하여 통렬하게 반성한다'며 '부실대출의 재발방지를 위하여 관련 제도개선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 취급여신의 회수 및 축소, 여신 사후관리 강화 등을 통한 부실규모 감축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손 회장의 친인척 기업이 대출 신청과정에서 허위로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또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에 대해 담보설정을 했는데도 대출을 승인하거나 대출 취급 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본점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지점전결로 임의처리했다. 금감원은 향후 법률 검토를 거쳐 우리은행에 대한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관련 차주들을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이와 관련해서도 '당행을 이용하시는 많은 고객 및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손 회장 친인척 기업의 지난달 19일 기준 대출잔액은 총 304억원(16개 업체, 25건)이다. 이중 269억원(13개 업체, 19건)이 단기(1개월 미만) 연체상태이거나 부실화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금감원 검사가 종료된 지난 9일 기준 해당 기업의 대출잔액은 총 303억원(16개 업체, 25건)이며, 단기연체 및 부실 대출 규모는 198억원(11개 업체, 17건)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담보 등을 감안하면 실제 손실예상액은 82억원~158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부실대출
우리은행은 손 회장 일가의 부당대출 대부분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취급됐다고 설명했다. 2023년 하반기 이후 지난 2024년 1월까지 취급된 여신은 기존 거래업체에 대한 추가(담보부)여신이라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부실여신 책임규명 과정에서 발견한 A본부장의 취급여신 중 부당 취급 의심 건을 자체 조사했다. 이후 부실 대출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총 8명)에 대하여 면직 등 제재 조치를 취했다.

A본부장은 검사결과 신용평가 및 여신취급 소홀, 채권보전 소홀 등의 이유로 면직 및 성과급 회수 조치됐다. 관련 지점장 등은 감봉 조치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1차 자체검사 과정중 발견된 특이 자금거래 동향 및 여신 감리 등을 기초로 친인척 관련 여신 전체를 대상으로 2차 자체검사를 지난 5월부터 6월 사이에 진행하고 있었다"면서 "금감원이 민원내용에 대한 사실확인 및 부실발생 원인 규명 등을 위하여 지난 6월과 7월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손태승 회장 친척 및 A본부장 고소
우리은행은 지난 9일 부실대출을 받아간 손 회장의 일가 친인척과 면직 처리한 A본부장을 고소했다. 금감원 검사 대응 과정에서 파악된 사실에 따라 부실 여신을 받기 위해 허위 서류를 꾸민 이들을 사문서 위조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최초 대출 취급시 해당 친인척이 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로 등재된 업체는 10개였다"면서 "이 외 업체는 대출취급 후 사후 점검과정에서 원리금 대납 및 자금거래 등이 밝혀진 경우"이라고 밝혔다. 손태승 전 회장과 관련 기업의 관계를 대출 취급 전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또 본점 전결이 아닌 영업점장의 전결여신을 이용한 분할대출 취급 과정에서 여신심사 절차가 소홀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재발 방지를 위해 부당여신에 대한 인터넷, 모바일 등을 이용한 다양한 내부자신고 채널 확대, 반복적 여신심사 소홀 영업점장에 대한 여신 전결권 제한 및 후선배치, 여신 사후관리 등을 강화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직위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이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내부제보를 할 수 있도록 업무처리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외에, 금감원 검사결과를 적극 반영해 리스크를 공유하고 있는 차주에 대한 여신심사 절차 강화, 여신 감리 강화 등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조속히 완료할 예정"이라며 "이미 취급여신의 회수 및 축소, 여신 사후관리 강화 등을 통한 부실규모 감축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mail]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