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총·칼 이어 발차기로 대약진… 金 13개 따낸 파리의 기적
2024.08.11 18:33
수정 : 2024.08.11 21:25기사원문
21개 종목, 선수 144명으로 이뤄진 '소수 정예' 한국선수단은 파리올림픽 폐회를 하루 앞둔 11일 오후 9시 현재(이하 한국시간)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순위 8위를 달리고 있다. 대회 마지막 날인 이날 역도 여자 81㎏급과 근대5종 여자부 개인전에서도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이 하나씩 나오면서 우리나라는 2012 런던 대회(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9개) 이래 12년 만에 최대 성과를 안고 귀국하게 됐다.
한국은 단체구기의 집단 부진으로 1976 몬트리올 대회 이래 48년 만에 최소 규모로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금메달 목표치도 5개에 불과해 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와 2020 도쿄 대회에서 남긴 금메달 6개보다도 적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개막과 함께 소수정예 한국선수단은 특유의 저력을 발휘, 대회 기간 내내 거의 쉼 없이 메달을 수집하며 목표치를 일찌감치 초과 달성했다.
개회식 바로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가 시작됐다. 지난 7월 27일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공기소총 10m 혼성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한국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예상을 깬 깜짝 메달이자 한국 사격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은빛 총성이었다.
다음 날인 7월 28일에는 확실한 금메달 후보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에서 우승해 한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같은 날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지(임실군청)가 공기권총 10m 여자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면서 한국은 메달 행진에 로켓 엔진을 달았다.
그다음 날부터는 금밭 양궁이 시작됐다. 양궁이 남녀 단체전, 혼성전, 남녀 개인전을 모두 싹쓸이하며 한국의 금메달 수집을 이끌었다. 16세 고교생 명사수 반효진(대구체고)은 역대 한국선수단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수확과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겹경사를 누렸다.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 우승으로 오상욱은 2관왕에 올랐고, 양궁의 김우진과 임시현은 나란히 3관왕을 달성했다. 활(양궁 5개), 총(사격 3개), 칼(펜싱 2개)이 대회 전반기 황금 삼두마차로 한국선수단을 이끌었다면 반환점을 막 돌 무렵에는 배드민턴의 안세영(삼성생명)이 28년 만에 올림픽 여자 단식을 제패해 힘을 실었다.
후반에는 태권도의 박태준(경희대)과 김유진(울산시체육회)이 잇단 금빛 발차기로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기록한 단일대회 최다 금메달(13개)과 타이를 이루는 데 공을 세웠다. 우리나라가 하계올림픽 두자릿수 금메달을 따낸 건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목표를 크게 웃도는 결과는 반효진, 오예진, 양지인(이상 사격)과 박태준, 김유진 등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 MZ 전사들의 대활약 덕분이다. 이들은 겁없는 패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질주를 이끌었다. 금메달은 없었지만 은메달 2개와 동메달 3개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래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내 부활의 청신호를 켠 유도, 12년 만에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수영·복싱도 희망을 쏘아 올렸다. 2024 파리올림픽은 고사 직전에 몰렸던 한국 엘리트 스포츠가 재기의 발판을 극적으로 마련한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