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성승민, 아시아 근대5종 새 역사 … 신체조건 극복한 투혼의 질주
2024.08.11 22:31
수정 : 2024.08.11 22:36기사원문
승마, 육상, 수영, 펜싱까지 모조리 서양에서 파생되었고, 서양이 동양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메달을 휩쓸어간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유리한 것은 사격 뿐이다.
하지만 그런 편견을 성승민(21·한국체대)이 깼다. 본인은 잘 모를지 모른다. 하지만 아시아인 최초로 시상대에 선 것은 엄청난 쾌거 다름아니다.
단순히 시상대에 선 것이 문제가 아니다. 성승민은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쳤다. 제4 사격장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2위를 달리기도 했다. 엘로디 클루벨을 앞서서 2위로 내달렸고, 두 선수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너무 아쉬웠다. 다만, 사격이 문제였다. 사격에서 조금 더 빨리 장애물을 맞혔다면, 성승민은 금메달을 노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승민은 3·4 사격에서 미첼레 구야시(헝가리·1천461점), 엘로디 클루벨(프랑스·1천452점)보다 아쉬운 모습을 보였고, 그것이 격차가 벌어지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하지만 사격은 그날의 컨디션을 많이 타는 종목이다. 그리고 한국 선수가 노력하면 충분히 더 나아질 수 있는 종목이다.
성승민은 1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결승 경기에서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천441점을 획득, 미첼레 구야시(헝가리·1천461점), 엘로디 클루벨(프랑스·1천452점)에 이어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근대5종 선수가 올림픽에서 따낸 첫 메달이다.
6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번 시즌 맹활약하며 세계랭킹 1위를 달리는 성승민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이제 겨우 21살에 불과하다. 21살의 나이에 첫 출전에서 동메달을 목에걸었다. 당연히 LA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유력 후보에 접어들 수 있다. 그때 나이가 기와 체가 균형을 이루는 최전성기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부 전웅태(광주광역시청)의 동메달로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메달이 탄생했고, 이번엔 여자부에서 입상자가 나왔다.
특히 이전까지 근대5종 여자부 경기에서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가 메달권에 진입한 적도 없어서 성승민은 '아시아 최초의 여자 근대5종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근대5종 에이스로 전웅태와 함께 우뚝 서게 되었다.
성승민은 "일단 뭐든 처음이라는 게 중요한데, 이렇게 최초로 메달을 따서 더할 나위 없는 것 같다"면서 "손에 쥔 느낌이 너무 좋다.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승민은 머리 색깔을 자주 바꾼다. 이번 대회에는 '금빛'으로 염색하고 임했다. 4년 뒤에는 메달도 금빛으로 바꿔보겠다고 성승민은 다짐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