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사람 비방' 집게손 사건 재수사…"수사종결 역량 부족"

      2024.08.13 08:00   수정 : 2024.08.13 0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게임회사 홍보영상에서 이른바 '집게손'을 그린 당사자로 지목된 애니메이터를 온라인에서 모욕한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들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번복하고 재수사하기로 한 데 대해 적절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린 이유로 비방성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미흡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방 목적 없다 해도 형법 적용했어야"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애니메이터 A씨가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들을 고소한 사건을 지난달 말 불송치하면서 비방성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입증하는 구성요건 중 하나다. 피해자가 특정됐는지와 함께 송치 여부를 결정하는 쟁점으로 작용한다.


경찰은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하더라도 형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작성자들은 A씨가 문제가 된 그림을 그렸다고 특정했지만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기윤 변호사(김기윤 법률사무소)는 "고소인이 하지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 자체는 맞다"며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은 비방 목적이 전제되기 때문에 경찰의 판단대로라면 비방과 관계 없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 형법에 대해 송치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법리 해석 능력 부족"
작성자들이 A씨를 그림을 그린 당사자로 오인한 데 대해서도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경찰은 그림을 그린 사람에 대한 모욕이 A씨를 향한 게 아니라고 평가했다"며 "그러나 당시 그림을 그렸다고 추정한 사람에 대한 비방의 고의를 가졌다면 그 사람도 비방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뒤늦게 불송치 결정을 번복하고 재수사를 결정했다. 담당 수사팀도 변경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수사 미숙이 불러온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변호사는 "수사는 사건이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판단 미숙이 불러온 일"이라며 "수사 종결권이 주어진 경찰의 법리 해석과 적용 능력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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