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플레이션’ 우려에… 경기부양 시점두고 고민커진 정부
2024.08.12 18:16
수정 : 2024.08.12 18:16기사원문
■1년째 이어지는 물가 '술래잡기'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수준을 유지 중이다. 올해 초 농수산물 가격 급등으로 3.1%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4개월 연속 2%대를 지켰다. 지난해 부터 기재부는 물가가 안정되면 모든 정책적 역량을 경기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으나 물가 하락 속도가 더뎌 경기 부양 시점이 지연됐다.
작년 하반기 물가는 6월 3.9%에서 12월 3.6%로 소폭 하락에 그쳤다. 수출 회복세도 10~11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까지 '수출 감소폭 축소'로 평가하다 11월에야 '반도체 중심의 경기부진 완화'로 진단을 변경했다.
'물가 하향세'와 '수출 부진 완화'가 겹친 작년 말 분위기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본격적 부양이 예상됐으나, 농산물 작황 부진이 걸림돌이 됐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급등 속에 섣부른 부양책이 전반적 물가 상승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다.
결국 정부는 상반기 목표를 '물가 안정'으로 수정하고 경기 부양을 하반기로 미뤘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2% 역성장을 기록하며 부양책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물가 튈라, 타이밍과 재원 고심
기재부 관계자는 "특별한 충격이 없다면 물가는 8월 이후에도 2%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특별한 충격' 조짐이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물가를 자극하던 신선식품 공급이 다시 불안정해지고 있다. 3~4월 20% 가까이 상승했던 증가율이 7월 11.7%로 둔화됐으나, 8월 폭염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 중이다.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 폭염이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리며 '히트플레이션'(폭염에 의한 가격 급등)우려를 키우고 있다.
배추·사과 등 연 1회 작황이 결정되는 농산물의 수급 우려가 크다. 연초 사과·배 공급충격도 지난해 작황 30% 감소에서 비롯됐다.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도 중동 불안 등으로 다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7월 유류세 인하폭을 조정한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상승세다.
물가 상승 요인이 늘수록 정부 개입은 어려워진다. 특히 정부의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8월 말 폭염이 끝나면 추석 연휴가 다가와 성수품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 작년 9월 20개 추석 성수품 가격 관리에만 670억 원이 투입됐다. 이미 연초 물가 관리에 1500억 원의 긴급물가안정지원금을 사용했고,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에도 상반기에만 18조 원을 투입했다.
반면 올해 세수는 10조~20조 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로선 추가 재원 마련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직접적 재정투입보다 통화정책 전환을 제안한다. 특히 내수부진의 주 요인으로 지목되는 '고금리' 해소를 위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런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돼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