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말리는 폭염 피할 수 없어...체계적 대응 나서야

      2024.08.15 05:00   수정 : 2024.08.15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전 세계 온도가 관측이 시작된 1850년 이후 가장 높다고 예상되는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 및 공급망 타격으로 물가가 오르는 '히트 플레이션'을 걱정하면서도 각국 정부가 만성적인 폭염 시대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도 1도 오르면 GDP 12% 깎여
유럽연합(EU) 기후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8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올해 1~7월 지구 평균 기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섭씨 0.7도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지구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예측했다. 1940년 이후 기후 정보를 보유한 C3S는 지난 1월 발표에서 2023년 지구 평균 기온이 14.98도로 역대 최고치였다고 밝혔다. 1850년 정보부터 추적하는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도 같은달 발표에서 지난해 온도가 역대 최고치라고 거들었다. C3S가 관측한 지난달 지구 평균 기온은 16.91도였다.

이러한 고온 현상은 제조와 건설 등 여러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프랑스 신용보험사 알리안츠 트레이드는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국제노동기구(ILO)를 인용해 고온 피로 때문에 전 세계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이 연 2.2% 감소한다고 예상했다. 이는 정규직 8000만명의 연간 근로 시간과 비슷한 감소폭이다. 알리안츠 트레이드는 지난해 폭염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6%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더위에 지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이미 남유럽에서는 지난 2022년부터 폭염과 가뭄으로 올리브 수확량이 급감했으며 그 결과 지난해 1·4분기 세계 올리브유 시세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초콜릿과 커피의 국제 시세도 이상 고온에 따른 흉작으로 급등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0.4~0.5%p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지구 온도가 계속 오른다면 2040년 농산물 가격이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지 않은 시나리오 대비 0.6~1.1%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칭화대 글로벌 변화연구소와 미국 및 영국 연구팀은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공동 게재한 논문에서 고온에 따른 세계 GDP 손실이 2060년 기준으로 최대 3.9%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공급망 혼란에 따른 손실이 1.5%라며 건강 및 노동 손실에 따른 감소 역시 각각 1.6%, 0.8%라고 추정했다. 지난 5월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는 보고서를 통해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전 세계 GDP가 12% 줄어들 수 있다며 고온에 따른 경제 피해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폭염 시대 불가피, 태풍처럼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유엔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범세계적인 고온 현상을 경고했다. 그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며 "극단적인 폭염은 하루나 일주일, 한 달에 그치고 말 현상이 아니다"라며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모두에게 더 위험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테흐스는 10억명이 넘는 인구가 50도 이상의 살인적인 폭염에 노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ILO 보고서를 인용해 세계 노동자의 70% 이상이 과도한 열기 속에서 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고온 현상에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고,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국적 민간 포럼인 세계경제포럼(WEF)는 지난 4일 홈페이지를 통해 앞으로 일상이 될 폭염에 대응할 7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WEF는 우선 식물이 광합성 과정에서 배출하는 수증기가 열을 식혀준다며 도심에 녹지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아프리카 국가인 시에라리온은 현재 수도 프리타운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100만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다.

또한 WEF는 좁은 골목과 안뜰을 포함해 그늘을 최대로 넓힌 페르시아만 일대 전통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공공건물에 따로 가벼운 지붕을 추가 설치해 실내 온도를 낮추고 있다.

폭염 피해를 막으려면 시설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지난 2021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세계 최초로 '최고열관리책임자(CHO)'라는 직위를 만들었다. WEF는 다른 지방 정부들도 고온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면서 더불어 폭염도 자연재해처럼 등급별로 관리하자고 제안했다. 스페인 남부 도시 세비야는 2022년 7월부터 폭염에도 태풍처럼 이름을 부여하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1~3단계 등급으로 구분하기로 했다. 시 당국은 당시 7월 말 온도가 43도를 넘어서자 가장 심각한 수준인 3등급 폭염이 찾아왔다고 선언하고 세계 최초로 폭염에 '소에(Zoe)'라는 이름을 붙였다.


WEF는 이외에도 △자연 환기 및 그늘 강화하는 건축법 개정 △광장 분무기 등 도시 차원의 냉방 시설 구축 △야외 공공장소에 최소 그늘 비율 지정을 대책으로 제안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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