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하락에 "때는 이 때다" 제2 양곡법 개정안 밀어붙이는 巨野..대통령실 “냉정히 대응”
2024.08.14 16:15
수정 : 2024.08.14 16: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쌀값이 하락하면서 야권에서 잉여 생산 쌀에 대한 정부 의무 매입 등을 골자로 한 제2의 양곡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 때 더불어민주당이 쌀 의무매입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던 상황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상당수 농가에선 쌀 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정부의 대규모 매입을 요구하고,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은 양곡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9월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국가통계포털(KOSIS)과 농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인 한 가마에 17만 8476원이다. 지난해 10월 21만7552원 정점을 찍은 후, 올해 들어 20만원대가 깨지면서 하락을 거듭한 수치이다.
그러자 한 가마에 20만원대로 끌어올리라는 농가 현장의 요구가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농가의 경우, 윤석열 정부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정황근 전 장관이 가마당 20만원대를 지키겠다고 발언했던 것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민주당은 이런 들끓고 있는 농심을 업고 지난 5일 양곡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법안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첫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양곡법보다 의무매입 기준은 완화했지만, 기준가격 미만으로 떨어지면 그 차액의 일부를 농가에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일단 대통령실은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양곡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와 여건이 달라서다.
첫 양곡법 거부권 행사 당시에는 대규모 시장격리로 20만원대 쌀값을 떠받치며 양곡법 거부권 파장을 막았다. 2022년 정부의 쌀 45만톤 매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미 양곡법이 폐기된 후인 올해에도 또 대량매입에 나설 경우, 민주당이 의무매입제 필요성을 정부가 자인했다는 식으로 여론전을 펼 수 있다고 여권은 보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우선 대규모 매입 없이 쌀값을 안정시키고, 농가를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격이 작년에 비해 떨어진 건 작년과 재작년 시장격리 물량이 아주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정 전 장관이 말한 20만원도 당시 수확기 가격에 대해 노력해보겠다는 발언이었을 뿐이라, 이를 기준으로 기계적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짚었다.
설사 여론전에서 밀리더라도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양곡법 당론 추진은 협상의 여지도 없다는 입장이다. 임의로 정하는 기준 가격 개념 때문이다. 법안은 농림부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정하는 기준가격에서 급격히 하락하면 정부는 쌀 초과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에선 기준가격 결정 주체가 누구든 관계없이 실질적인 수요는 반영되지 않고 공급자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것이고, 이는 쌀 과잉생산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임의 기준가격이 있는 한 거대 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해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정치적인 여러 주장들이 나오는데, 쌀 공급과 수요를 분석해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