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역 사고'에 힘 실리는 철산법 개정… 갈등 딛고 통과할까

      2024.08.14 18:12   수정 : 2024.08.14 18:12기사원문
끊이지 않는 철도사고로 철도산업발전법 개정 논의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철산법 개정은 현재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독점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게 골자다. 철산법 개정안은 지난 제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정부는 이번 국회 임기 내에 다시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철도산업발전법 제38조의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코레일에 위탁한다'는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22대 국회에서도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조응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철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코레일의 업무독점을 보장하는 제38조로 인해서 철도의 안전성과 유지보수 효율성 모두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국토부가 지난해 코레일, 국가철도공단과 함께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발주한 '철도 안전체계 개선 용역'에서도 철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독점 수행토록 한 철산법 제38조로 인해 시설관리 업무가 부적절하게 파편화돼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철산법 개정안은 제대로 된 논의도 못한 채 제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며 자동 폐기됐다. 당시 국회 내에서 이해 당사자인 코레일과 철도노조, 국가철도공단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철도공단은 코레일에게 유지보수 명목으로 매년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시 국토위 의원들도 뚜렷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교통소위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코레일 직원 2명이 구로역 선로 유지보수 작업차량과 충돌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철산법 개정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이다. 지난해 7월 임명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안전경영을 전면에 내걸고 중대재해 방지에 역량을 모았지만, 1년 만에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전에도 코레일은 무궁화호 궤도이탈 사고, 경부고속선 KTX 궤도이탈 사고, 남부화물기지 오봉역 직원 사망사고 등을 겪을 때마다 안전 문제가 지적돼왔다.

업계에서도 최근 발생한 잇따른 사고들의 원인이 코레일의 유지보수 독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나온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지적대로 운영사인 코레일이 시설관리와 관제업무까지 맡다 보니 업무가 과중하고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면서 "이런 구조 속에서는 시설관리와 관제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한, 진접선, 수도권 급행광역철도(GTX)-A 등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는 노선에서도 유지보수 업무만 맡는 철도 구간이 늘고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제22대 국회에서도 철산법 개정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철도공단은 개정에 적극 찬성하는 반면,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유지보수 일원화 구조에 변화가 일면 철도 승객들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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