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음악으로 차별화…서태지 '하여가' 바로 OK"

      2024.08.15 07:00   수정 : 2024.08.15 07:00기사원문
이안나 안나푸르나필름 대표


'빅토리' 스틸컷


'빅토리' 스틸컷


이안나 안나푸르나필름 대표


[편집자주]영화계와 관객들 모두 기다렸던 '여름 시즌'이다. 국내 극장가는 올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이번 여름에도 기대작들은 존재하기에 '희망'은 계속되고 있다. 올 여름 한국 영화 기대작들을 탄생시킨 제작자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10대 청춘들이 모두를 응원하는 영화가 나왔다. 지난 14일 개봉한 '빅토리'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로, '싱글 인 서울'을 연출한 박범수 감독의 신작이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김원준, 디바, 조성모 등 명곡이 삽입돼 즐거움을 안긴다.

제작자인 이안나 안나푸르나필름 대표는 프로듀서 시절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 등을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안나푸르나필름을 설립한 뒤, '타짜-신의 손'(2014)을 시작으로 '레슬러'(2017), '스윙키즈'(2017), '막걸리가 알려줄거야'(2023)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작해 오며 따뜻한 감성을 전달해 왔다. 특히 '빅토리'는 '써니'처럼 향수를 선사할 작품이기도 하다.

이안나 대표는 최근 뉴스1과 만나 작품은 물론, 올여름 한국 영화 시장에 관해 솔직하게 답했다. 이 대표는 "오랜만에 상업 영화라 또 다른 느낌이고, 한국영화가 어려운 상황이라 책임감도 생긴다"며 말문을 열었다.

<【여름대전: 제작자들】 이안나 대표 편 ①에 이어>

-'빅토리'에 나오는 90년대 히트곡도 영화의 포인트다. 이번 영화를 제작하며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을 것 같다.


▶내가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는데, 팬데믹 이후로 관객분들이 이런 장르의 영화를 굳이 극장에서 봐야 하냐고 생각을 한다. 그거에 대한 차별점을 주기 위해서라도 음악과 믹싱에 엄청 힘을 썼다. 중간에 길이감을 위해 영화를 더 자를 수도 있었다. 노래 1절을 다 안 써도 되는 데 다 사용한 이유가 영화의 흐름이나 느낌에 더 공감을 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몰입감이 있을 거라 봤다. 러닝타임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음에도 그래야 이 '빅토리'를 극장에서 볼 거라 확신했다. 그래서 이 노래를 극장에서 들으면 좋겠다. 같이 덩실덩실하면서, 감정을 분명히 건드리고, 소름 돋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극장에서 들으면 (감정이) 더블이 된다. 그래서 '빅토리'가 더 좋다. 드라마라는 장르가 뻔하지 않다는 걸 봐주면 좋겠다. 저작권료로 영화 값이 아깝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옛날 곡들이라 마스터를 쓰는데 믹싱이 좋지 않았지만 후반 작업을 정말 열심히 했다. 물론 음악적으로나, 기술적으로는 별로일 수 있지만 관객이 느낌으로 보는 영화라 공감과 흥을 깰 수 없다는 점에 포커스를 뒀다. 이런 과감한 선택을 극장에서 봐주시길 바란다.

-손익분기점을 생각하면 저작권료가 큰 부담일 텐데, 그럼에도 한 이유가 있다면.

▶'써니'에서 강형철 감독님과 하면서 때려 맞았다.(웃음) 그때 저작권협회에 없으면 내가 다 (저작권을) 풀면서 한 경험이 있다. 강 감독님이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고 선곡이 좋았는데 그때 많이 배웠다. 이 음악을 써야지만, 영화가 산다는 게 확실히 있다. 물론 음악감독님이 만드는 음악도 좋지만, 시대상으로 필요한 부분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면서 음악 예산을 잡고 시작했다. 다음엔 (저작권 없이) 편하게 하고 싶지만, 그래도 써야 한다면 더 쓰고 싶다. '빅토리'에서도 더 쓰고 싶었던 노래가 있어서 예비로 생각도 하긴 했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 '하여가'가 초반에 등장하는 게 강렬하다. 저작권을 푸는데 어렵지는 않았나.

▶'하여가'는 한 번에 'OK'를 받은 곡이다. 우리 시나리오와 콘티를 다 드리면서, '빅토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필선과 미나가 펌프를 할 때 '하여가'를 쓰면서 시작하고 싶다고 보내니까 바로 됐다. 서태지컴퍼니에서 더 깔끔하게 잘 해주셨다. 서태지의 곡은 (저작권이) 안 풀리기로 유명하다고 들어서 대체곡도 생각했는데, 그래도 처음 선곡한 1번 곡이라 요청했는데 너무 행운이었다.

-힙합과 치어리딩을 섞은 부분도 눈길을 끈다.

▶'빅토리'가 한국 최초 치어리딩 영화라고 하지만, 전문 치어리더가 등장하는 게 아니다. 이건 응원을 주고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힙합을 하던 친구들이 치어리딩을 한다는 영화 서사도 있으니까, 이 친구들이 엄청 화려하게 점프하는 게 필요하지 않다. 그래도 치어리딩에 올인하면서 점점 더 발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있는 거니까 베이스로 힙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990년대 힙합이 정말 멋있으니까 접목해서 하자는 게 메인이 됐다. 혜리가 힙합은 못 해봤다고, 정말 악바리로 열심히 준비하기도 했다. 완벽한 치어리딩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어울린다는 판단에 필선과 미나가 하던 힙합을 접목해서 만들게 됐다. 그래서 댄서 킹키가 힙합 댄스 지도를 맡았고, 치어리더 선생님도 있었다. 여기에 힙합과 치어리딩을 총괄하기 위한 총괄 안무 선생님도 따로 있었다. 영화에서 댄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지라, 댄서분들이 재밌게 봐줬다.

-혜리가 '빅토리'를 얘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제작자로서도 눈물짓게 하는 포인트가 있는 영화였나.

▶영화를 계속 보다 보니 눈물 포인트가 달라지더라. 장례식장이나 필선이 밥 먹으면서 우는 신도 그렇지만, 마지막에 '쇼'에 맞춰 치어리딩을 하는하는 장면을 보면 운다. 그 신을 원테이크로 하루 종일 찍었는데, 호흡을 계속 맞췄다. 연습도 굉장히 많이 했다. 테이크를 6~7번 갔고, OK가 두세번 나왔다. 배우들이 오히려 다시 찍자고 하고, 감독님은 미안해하고. 멤버 한 명이 점프를 하면 밑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있는데, 그 모습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 밀레니엄 걸즈가 하나가 된 과정이 느껴졌다. 겨울에 체력 단련을 하고, 여름에 촬영했는데 그 노력이 고맙더라. 또 밀레니엄 걸즈가 춤을 추면, 뒤에 축구부 애들도 연결을 맞춰야 해서 계속 뛰었다. 이렇게 다들 모여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


-'빅토리'를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면 좋겠나.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보면 좋겠다. 처음에 한 번 보고, 더 보고 싶을 때 싱어롱으로 같이 노래도 부르면서 다시 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난 이런 공감이 가는 드라마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 이런 영화를 만들려면, '빅토리'가 잘 돼야 한다.
영화에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다고 생각하고, 또 다양성 측면에서도 계속 이런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텐트폴 시장에서도 살아남았으면 한다.
성장기에 대한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고, 이런 영화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관객분들이 또 만들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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