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된 배우 김정태 "굴곡진 인생 담은 시 47편…아내 울었죠"(인터뷰)
2024.08.15 08:31
수정 : 2024.08.15 08:31기사원문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배우 김정태가 시인이 됐다. 최근 출간한 '내 눈 속에 사는 사람'은 30여년간 틈틈이 쓴 47편의 시가 수록된 그의 첫 번째 시집이다. 김정태는 뉴스1과 인터뷰를 통해 시집을 내게 된 과정 및 소감 등을 허심탼회하게 전했다.
"꼭 시집을 내고 싶다는 것보다는 제 삶의 궤적이니까요. 남겨놓으면 또다시 또 과거의 제 모습도 확인할 수 있고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시집을 내는 건 조금 망설이기는 했는데 제의가 왔을 때 마침 그때 영화를 준비하면서 쉬는 시간이 조금 있어서 짬짬이 수정을 해 책으로 내게 됐죠."
지금까지 써놓은 시는 100편이 넘는다. 작품에 따라 다채로운 배역을 오가는 명품 배우. 형사와 죄수, 양아치 등 세고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 온 그에게 시를 쓸 만큼 섬세하고 여린 감성이 있었다니.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반전이라기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거죠. 왜 하필 시였을까…가만히 생각해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시를 쓰셨어요. 어머니가 시를 쓰시고, 일기를 쓰셨던 기억들이 정서적으로 남아있나 봐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시를 많이 읽었어요. 돈 생기면 시집을 사고요. 친한 사람들은 제가 시를 쓰는 걸 알고 있죠. 이건 사회적 자아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아요."
자전적인 시 속에는 인생에서 겪은 일들, 그 속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알알이 녹아있다. 예컨대 '광안리'라는 시는 생전의 어머니와 광안리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고 썼다.
"굴곡이 많은 인생이었죠. 우연히 정리를 하는데 사진이 툭 하나 떨어져서 적은 시가 '광안리'에요. 그리움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에요. 첫 번째 시집이고, 서정시가 많고 유독 제 개인사에 얽힌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는 게 전문적으로 쓰시는 분들과 달라요.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그렇네요.(웃음)"
예술가로서 재능을 물려줬을 뿐 아니라 배우라는 길을 열어준 사람도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어린 김정태에게 연기를 해보라며 서울의 연기학원에 등록해 줬다. 일찌감치 아들의 끼를 보고 길을 찾아준 어머니의 선구안이었다. "엄마가 하라고 해서 배우를 했다"고 하니 선배 한석규는 "살다가 너 같은 배우는 처음"이라고 신기해했단다.
인생이 담긴 만큼, 시집에는 가족들과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시집을 읽어 본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내는 세수하면서 울더라고요. 여동생은 일본에 있고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큰형도 돌아가셨고…주위에서는 많이 물어보시는데 대부분 비슷한 반응이에요. 글을 적었어? 너 따위가?(웃음)"
<【N인터뷰】 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