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대음악의 풍경... '기록으로 남은 우리 음악'展

      2024.08.15 15:02   수정 : 2024.08.15 15:34기사원문

일제시대 왕립 음악기관인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 악보 등 한국 근대음악의 근간이 된 음악 사료들이 대규모로 전시되고 있다. 선조들이 섬세한 연주를 통해 음악의 영역 넓히고자 했던 만큼 우리 음악의 이해를 높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국악원은 이왕직아악부 악보(정간보·오선악보) 등 전통음악 사료 93건을 한데 모은 '기록으로 남은 우리 음악'전을 오는 11월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국악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이왕직아악부 악보는 일제강점기 조선 왕실 음악기구인 장악원을 이왕직아악부로 격하하면서 당시 아악부원들이 기록으로 남긴 악보를 의미한다. 이 악보들은 전통 고유의 방식으로 기록한 '정간보'와 서양식 기보법인 '오선악보'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8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왕직아악부 악보는 정간보 11책과 오선악보 196건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정간보 11책 전권과 오선악보 8건을 전시해 관람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전 기록된 정간보는 모든 악기의 악보를 한 악보에 집약시킨 '총보'였던 반면, 이왕직아악부의 정간보는 악기별 악보로 나눠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악기별로 기록한 악보는 전체 곡의 흐름 속에서 각 악기의 섬세한 연주와 표현을 살펴볼 수 있어 기록의 가치가 크다.


한편 이왕직아악부 오선악보는 정간보 형식으로 전승되던 정악 계통의 음악들을 최초로 서양식 악보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국립국악원 측은 "근현대기 한국의 전통 음악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고자 이왕직아악부원들이 직접 오선보로 옮겨 기록해 전통음악의 범위와 생명력을 넓힌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이번 전시는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악학궤범', '삼죽금보', '가곡원류'와 1920년대 녹음된 유성기 음반 '조선아악', '아악정수' 등 29건의 음악 기록물들도 소개한다.

전시에 공개된 '악학궤범'은 1493년(성종 24년) 예조판서 겸 장악원 제조 성현을 비롯해 유자광, 신말평, 박곤, 김복근 등이 왕명에 따라 엮은 조선의 음악 이론서다. 국악기와 국악곡에 대한 설명은 물론, 연주 시의 의례나 법식, 노래의 가사 등을 그림과 함께 자세히 실어 조선 음악을 이해 하는데 귀중한 사료다.

또 '삼죽금보'는 조선 후기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악보집이며, '가곡원류'는 1876년(고종 13년)에 박효관과 안민영이 편찬한 시조집이다.


특히 '가곡원류'는 '해동가요', '청구영언'과 더불어 한국의 3대 가곡집으로 평가 받으며, 시조·가사 등 800여개가 수록된 방대한 양을 지니고 있다.

이밖에 전축기의 근간이 된 '유성기' 등 관련 유물들도 우리 근대음악 역사를 돋보이게 한다.
유성기는 소리가 녹음된 원반(SP)을 재생하는 장치로 19세기 전후 조선에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당시 유성기가 있는 집에 삼삼오오 모여 소리를 듣던 곳을 '유성기 처소'라고 불렀던 기록이 남아 있다.


궁중음악 기록을 담은 음반인 '조선아악'(1928)과 제5대 아악사장 함화진이 저술한 조선음악에 대한 음반 해설 책자 '아악정수'(1943)의 해설집 등도 이번 전시에 출품됐다.


국립국악원 측은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기념해 기획한 이번 전시를 통해 궁중·풍류 음악이 전승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선조들의 자료를 돌아볼 수 있다"며 "우리 음악 기록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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