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서 쫓겨나는 전기차… 전문가는 "소방시설 확충이 먼저"

      2024.08.15 11:00   수정 : 2024.08.15 18: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국종합】 지난 1일 인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벤츠 전기차가 폭발하면서 주변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고 주민 120여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난 것을 계기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계는 물론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긴급 점검을 실시하는가 하면, 이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경기도 '교내 충전시설 설치 중단'

15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교육계에서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가장 먼저 학교 내 전기차충전소 설치 중단을 선언했다.



임 교육감은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학생안전에 대한 조금의 우려도 없어질 때까지 학교 내 전기차충전소 설치를 중단하겠다"며 "학교 내 전기차충전소 설치의무는 지금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기차와 충전시설에 대한 확실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안전과 직결된 학교 안까지 의무설치하게 하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그동안 미비했던 제도 마련 등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4월 '경기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보급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해 현재 상임위원회에서 계류돼 있는 상태다.

해당 조례는 유치원과 학교에 이같은 충전시설을 설치하면 교내 안전사고 발생과 외부인 무단침입 우려가 있는 만큼 설치 의무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례가 추진되면 전국에서 최초로 전기차충전시설 안전에 대한 조례가 제정되는 셈이다.

또 경기도는 8월 말까지 100가구 이상 아파트 중 충전시설이 지하에 집중적으로 설치된 아파트 300단지에 대해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전기차 충전시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례 등 미비한 제도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올해부터 배터리 과충전 방지를 위해 충전 상한을 95%로 적용했고, 충전시설 케이블 이상 온도 감지 및 차단 기능을 추가해 설치 중이다.

■출입제한·이전비용 지원 등 대책마련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통제하거나 이전비용까지 지원하는 적극적인 대책도 등장했다. 지하층 특성상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연기·열기·유해가스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화재 진압이 어려워 대규모 피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충전 제한과 배터리 잔량 90% 이하로만 충전할 수 있도록 제한된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게 권고할 예정이다.

충남도는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율을 아예 90%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천시는 지하 3층까지 설치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하 1층까지로 제한하는 것과 기존 충전시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겨 설치할 경우 국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특히 평택시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아파트 단지에 최대 6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화재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확산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소방학교 남성우 화재감정분석 팀장은 "최근 전기차 화재는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문제"라며 "일반 자동차 화재도 지하에서 발행할 경우 전기차와 동일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들이 내놓는 대책들이 안전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보다는 소방시설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팀장은 "전기차 화재 시 물로 끌 수 없다는 인식이 높지만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 화재 확산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소방시설을 강화해 지하에서 발생하는 모든 화재에 대비하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하주차장 출입을 강제하거나, 충전시설을 지상에만 설치하도록 할 수는 없다"며 "이보다는 지하 공간에 맞는 소방시설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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