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걸리는 '하이힐 병'… 방치했다간 허리 디스크 위험
2024.08.16 04:00
수정 : 2024.08.16 04:00기사원문
15일 의료진들은 발의 변형으로 인해 교정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의 경우 미용상 목적이 크지만, 증상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발목인대 손상과 무릎 관절염, 허리 디스크 등 이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엄지발가락이 '욱신욱신'
무지외반증이란 엄지건막류를 동반한 엄지발가락과 관절의 통증을 유발하는 변형 구조를 말한다.
엄지건막류란 엄지발가락의 근위지골과 중족골이 이루는 관절에서 뼈가 돌출되며 주변 점액낭이 자극받아 커진 것을 말한다. 엄지건막류가 나타나면, 엄지발가락관절의 변형으로 인해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쪽으로 휘어지게 되며 이로 인해 관절을 둘러싼 조직이 붓게 되고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무지란 엄지발가락을 말하며 외반이란 외측으로 향한 비정상적인 변위를 말한다.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박광환 교수는 "엄지발가락을 이루는 관절의 변형이 일어나게 되면 힘줄의 장력도 세지게 되고 이로 인해 엄지발가락과 중족골이 이루는 관절의 내측에 장력이 가해지게 된다"며 "이런 장력으로 관절의 내측 바닥부위가 당겨지게 되고, 첫번째 중족골의 머리 부위 뼈의 돌출이 나타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여성 환자 많던 '하이힐 병'… 남성도 위험
무지외반증은 높은 굽과 좁은 발볼 모양을 가진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지외반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수는 5만4665명으로, 이중 약 81%가 여성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환자 비율이 월등히 높지만 해당 질환을 가진 남성도 상당수다. 다만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편한 신발을 신다 보니 변형이 있어도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이다.
굽이 높거나 키높이 깔창을 끼운 신발을 오래 착용하게 되면 체중이 발바닥 전체가 아닌 발 앞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게 된다. 또 유행에 따라 발볼이 좁은 모양의 신발을 선호하게 되면 신발에 발의 양 측면이 압력을 받아 엄지발가락이나 새끼발가락 뼈에 반복적인 외상이 가해져서 발 모양의 변형이 유발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경우의 원인이 신발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유전적 원인이 있는 사람이 발생빈도가 높으며 굽이 낮고 발볼이 넓은 신발을 즐겨 신은 사람에서도 발 모양의 변형이 유발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경민 교수는 "장시간 서있게 되거나 걸어 다닐 때 변형이 온 엄지발가락의 돌출부위가 계속 신발과 부딪히거나 마찰되면서 자극증세 및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며 "심한 경우 엄지발가락의 관절이 탈구돼 보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무지외반증, 통증 없다면 수술 꼭 필요 없어
무지외반증의 일차적인 치료는 비수술적 요법이다. 변형을 악화시키는 굽이 높고 발볼이 좁은 신발의 착용을 피하고, 엄지발가락의 돌출 부위를 자극하지 않는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이 중요하다. 가벼운 통증을 느끼는 환자라면 신발 안에 교정 도구를 착용하거나 발가락 사이를 벌려주는 보조기를 사용해 엄지발가락의 변형이 진행되는 것을 더디게 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바른세상병원 수족부센터 윤영식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무지외반증은 치료하기 전까지 발가락 변형이 지속되고, 비수술적 치료로는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하지만 발의 변형이 있다 하더라도 통증이 없다면 수술 치료를 꼭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존적인 치료로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게 된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간혹 미용의 목적으로 수술을 원하는 경우가 있으나 '발' 이란 부위는 그 자체가 기능적으로 보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구조다. 따라서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의 없이 미용적 목적을 위한 섣부른 수술 결정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윤 원장은 "무지외반증은 증상이 진행될수록 발 뿐만 아니라 튀어나온 엄지발가락 내측 볼의 통증으로 보행이 정상적이지 않아 무릎이나 허리 등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증상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발목인대 손상과 무릎 관절염, 허리 디스크 등 이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