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정 "이른 퇴사 아쉽지만…가정 택한 것 후회 없어" ②
2024.08.16 07:02
수정 : 2024.08.16 07:02기사원문
[편집자주][아나:바다]는 드넓은 '프리의 대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아나운서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안정된 방송국의 품을 벗어나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들은 요즘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나:바다]를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김민지 장아름 기자 = 아나운서라면 '반듯한'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던 시절, 강수정의 등장은 신선했다.
그 후 아나운서로 활발한 활동 이어갔으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강수정은 '프리 선언'을 고민하게 됐다. 당시 연인이었던 현재 남편과 '결혼' 고민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강수정은 아나운서가 된 지 약 5년 만에 프리랜서로 나와 과감하게 2막을 열었다. 이후 '열일'을 이어갔던 그는 결혼하며 한동안 가정생활에 집중했다.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강수정은 아이가 성장한 뒤 방송계로 돌아왔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쳤으며, 최근에는 tvN '70억의 선택'에 출연하며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강수정은 가족이 살고 있는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방송 일을 소화하고 있다. 2주에 한 번 한국에 들어오는 일정으로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최적의 밸런스'를 찾았다는 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강수정은 '경력이 끊기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 끈을 확실히 붙들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은 가정에 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며 90세까지 '열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여전히 일이 재밌는 천생 방송인, 가늘고 길게 가며 계속해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강수정을 [아나:바다] 아홉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아나:바다】 강수정 편 ①에 이어>
-많은 후배 '아나테이너'들이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다진 선두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시대가 좋았던 것 같다. ('여걸파이브'라는 프로그램은) 이전에는 없었던 여성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여자 멤버들로 구성하면서 아나운서 한 명은 껴야 한다고 해서 내가 합류하게 됐다. 당시 내가 예능을 하고 있기도 해서 (제작진이) '예능 해본 친구와 해보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당시 PD가 이황선 선배님이셨고, 나영석 선배님이 조연출이었다.
-'아나테이너' 열풍을 주도했던 아나운서 중 한 명이었다. '여걸파이브'로도 활약했는데, 당시 인기를 어느 정도 실감했었나.
▶그땐 인터넷을 지금처럼 많이 할 때가 아니라서.(웃음) 예전에 같이 예능 했던 사람들끼리 하는 얘기가 '우리는 한류가 터진 다음에 나왔어야 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1~2년만 늦게 나왔으면 어땠을까' 이런 얘길 한다.(웃음) 당시엔 톱스타들과 같이 방송하고 좋았다. 월등하게 나이가 많았음에도 어린 척하면서 같이 어울리고… 재밌었던 기억이 많다.
-KBS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인기를 얻었는데, 고충은 없었나.
▶딱히 없었다. 아나운서로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서 선배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셨었는데, 그래도 예뻐해 주셨다. 신입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가끔 단어 같은 걸 너무 실수하면 '너무했다'라고 하신 것 빼고는.(미소) 당시에도 악플을 받긴 했는데,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발하진 않아서 이메일로 (악플이) 오더라. 아이돌 팬분들의 이메일이 좀 왔던 것 같다.(웃음)
-2002년 KBS에 입사한 후 '아나테이너'로 맹활약하다가 4년 만에 프리를 선언했다. 일찍부터 독립을 꿈꿨나.
▶내가 (생각보다) 빨리 (KBS를) 그만뒀더라. 4년 10개월 정도 다녔을 거다. 그땐 결혼을 생각했었다. 당시 홍콩에 있던 지금의 남편과 연애 중이었는데, (지금과 달리) 휴직하는 것도, 왔다 갔다 하며 일하는 것도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결혼 후에는 계속 회사에 다닐 수 없겠다 싶었고, 결혼하면 인기도 떨어질 것 같더라.(웃음) 또 CF도 찍어보고 싶고, 다른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어서 미리 그만두고 결혼 전까지 1년 동안 프리랜서를 하면서 일을 바짝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당시엔 패션쇼도 못 가게 할 정도의 분위기여서 어린 마음에 '나 다 해보고 싶어' 이런 게 컸던 것 같다. 지금은 (운영을) 안 하시지만 당시 DY 엔터테인먼트 대표였던 신동엽 선배님을 뵙고 '저 1년 후에 결혼할 건데요'라고 했는데도 계약을 해주셔서 프리랜서를 하게 됐다. (프리 이후) 모든 채널에 얼굴이 나오니까 좋긴 하더라. 나름 즐거웠다.
-프리 선언 당시 목표가 있었나.
▶당시 그런 게 딱히 없었다.(웃음) 계획을 세우는 게 좀 약해서 그게 또 다른 걱정이기도 하다. 아나운서가 되기 전까진 목표가 비교적 정확했던 것 같은데, (아나운서라는) 목표를 이루고 나니까 (그다음은) 세월 따라 흘러가게 되더라. 일단 내 목표는 '방송계에서 길게 가자, 일을 놓지 말자'다. 또 최근 읽은 책에서 '5년의 계획을 세우자'는 내용에 감명받고 5년 안에 적어도 책 두 권은 써보자고 다짐은 한 상태다.
-5년이 채 되지 않은 근무 기간이 아쉽진 않았는지 궁금하다.
▶좀 아쉽긴 하다. 버티고 감투라도 한번 써볼 걸 그랬나 싶고.(웃음) 하지만 홍콩에서 가정을 꾸려야 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 같다. 당시엔 일보다 가정을 택한 것인데 후회는 없다.
-요즘 그 당시처럼 인기가 많았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
▶조금 늦췄을 수도 있다.(웃음) 그 당시엔 결혼을 필수로 빨리했어야 했다. 32세면 노처녀라고 난리 났었다. 왜 이렇게 일찍 결혼했을까 싶지만 제민이가 나오려고 모든 게 다 이렇게 됐나 보다 했다.
-계획 없이 흐름을 따라 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내가 의외로 '후회가 없는' 스타일인데,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때 날 부를 때 갔어야 했는데', '그 말을 듣고 했으면 프로그램 몇 개는 더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할 순 있지만, 성격상 후회가 별로 없다. 아이를 낳기 전엔 굉장히 초조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의 목표가 있을 때 누가 먼저 했다고 그게 더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속도에 따라 언제 이뤄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진짜 부럽다', '나도 아이 가지려고 6년을 안 쉬었으면 내가 저 자리에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속도가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나한테 또 기회가 올 때 도전할 수 있도록 준비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남이) 빠르다고 질투하지 말고, 내가 느리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스린다.
-방송인 중에는 도전에 방점을 찍고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이들이 있고, 본인이 잘하는 걸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인물이 있다. 강수정은 어떤 쪽인가.
▶난 잘하는 게 딱히 없는 것 같다. 주어지면 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하지도 않는 것 같다. 내가 은근히 일하는 걸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스타일이라.(웃음)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은 아니다.
-방송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난 내가 TV에 나오는 게 너무 좋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다.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것도, 말 시키는 것도 다 좋다. 일하면서 재밌어하니까 남편도 이걸 신기해했었다. 보통 사람들에게 '오늘 어땠어' 하면, 대부분 힘들었다고 하는데 난 '재밌었어'라고 하니까 '너는 이 일이 맞나 보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남편도 내가 일하는 걸 지지해 준다.
<【아나:바다】 강수정 편 ③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