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지켰으면 리스크 줄일 수도"

      2024.08.18 14:41   수정 : 2024.08.19 09: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처벌 기준과 적용 대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부터 중처법 적용 대상이 상시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중소기업들의 부담감도 커진 상황이다. 파이낸셜뉴스는 18일 법무법인 태평양의 중대재해대응본부 소속 변호사들을 만나 기업들의 중처법 예방 및 사고시 대처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기업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했을 경우 사고 발생시 중처법 리스크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를 전제로 한 불기소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이행했으면 불기소 되기도"
법조계에선 사업장에서 사망사고나 장애사고 발생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잘 지키면 중처법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태평양 중대재해본부의 김신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했던 사업장에 대해 산안법상 의무 위반이 인정돼야 중처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논리적 결론을 이끌어 낸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처법상 경영책임자 의무를 문제 삼으려면 법리적 관계상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본부 김상민 변호사는 "중처법상 의무 불이행이 있었다는 의견으로 송치가 된 사건에서도 산안법상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돼 중처법도 불기소 결정을 받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평양 중대재해본부는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중처법 리스크를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준수했다는 점이 근거가 돼 경영책임자에게 중처법 의무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2단계 인과관계 이론이 실무상 정립됐다는 설명이다.

최진원 변호사는 "초기엔 두 법 사이 관계나 의무 성격 차이에 대한 엄격한 구분 없이, 현장 책임이 인정되면 경영자 책임도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현재는 다르다"며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인력이나 예산 등을 지원하고 반기1회 점검 등 중처법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현장의 산안법상 책임이 인정돼도 경영책임자는 중처법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구조로 실무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정 개념' 유권해석 분석이 필수

법조계에선 중처법상 '경영책임자'와 '종사자'라는 개념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법안에 적시된 특정 단어의 개념이 정확하지 않아 그 의미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처법에 그 의미를 설명하는 조항이 포함돼있지만, 이 조항만으로는 누구까지 경영책임자 혹은 종사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태평양 중대본은 이를 '불확정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송진욱 변호사는 "불확정 개념의 경우 검찰과 법원 등의 결정례와 사례를 분석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러 사건들의 결정례와 사례들을 분석해 실무 수행에 적용하고 있고 수사기관과 법원도 사건을 처리하며 불확정 개념을 다듬어 나가고 있기 떄문에 시간이 좀 더 흐르면서 해결될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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