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제스처' 안세영, 핵심 쟁점은 개인 후원 ... 협회는 "불가" 어떻게 풀어갈까
2024.08.17 09:00
수정 : 2024.08.17 22: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안세영이 배드민턴 협회에게 서로 대화를 해보자는 제안을 건넸다. 안세영은 8월 16일 자신의 SNS에 밝힌 입장민에서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고 조만간 그런 자리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협회에 갈등 봉합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일단 협회는 안세영이 지적한 신인 3년차 이내 인상률 제한 등 불합리한 연봉 제도는 대폭 완화시키는 것으로 수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는 확정적이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이 문제의 본질 중 하나인 '개인 후원 계약'에 대한 부분이다.
안세영은 최근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스폰서와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안세영은 "모든 선수를 다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결국, 본질은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 싶다는 금전갈등이 이면에 있는 셈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하고 협회 요청 시 홍보에 적극 협조한다"고 적혀있다.
개인 후원 계약에 대해선 "그 위치는 우측 카라(넥)로 지정하며 수량은 1개로 지정한다. 단 배드민턴 용품사 및 본 협회 후원사와 동종업종에 대한 개인 후원 계약은 제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개인 후원 계약 기간에 올림픽 등 종합경기대회에 참가할 경우 대한체육회의 홍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돼있다.
선수가 태극마크를 다는 순간 개인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엄청나게 줄어들고, 반대로 협회나 대한체육회 차원의 후원사에 사실상 종속되는 셈이다.
현재 안세영을 후원하고 싶어하는 기업은 줄을 섰다. 그리고 이미 안세영은 나이키 광고에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표팀 경기를 뛸땐 당연히 대표팀과 후원계약을 한 요넥스 제품을 착용해야 한다. 협회가 매년 약 40억원 가량을 후원받는 조건으로 요넥스와 계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안세영은 나이키의 신발을 노출하고 싶다. 요넥스의 신발이 불편하다며 갈등을 빚은 적도 있다. 나이키 용품 광고를 노출하면 안세영이 받는 경제적인 지원은 크게 늘어난다.
자신의 노력과 실력만큼 대가를 받아가는 것은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다. 안세영 입장에서는 협회가 모든 것을 막고 있고, 자신의 노력에 비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배드민턴계의 입장은 또 다르다. 안세영 마음은 이해하지만 비인기 종목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후원계약은 스타 선수에 의존해서 이뤄진다. 광고 효과이기 때문이다. 스타 선수 한 명을 보고 배드민턴 대표팀 전체를 후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협회는 그 후원계약으로 유망주를 발굴하고, 선수들의 해외 경비를 지원한다.
안세영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탄생한 스타다. 만약, 안세영이 빠져버리면 업체에서는 대표팀을 후원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럼 제2, 제3의 안세영은 나올 수가 없다.
방수현 해설위원은 “안세영도 중학교 3학년때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에 들어와서 꾸준히 해외에 나가고 훈련하며 성장한 선수다. 배드민턴계의 후원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 배드민턴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제 유명해졌다고, 이를 외면하는 것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애쓴 배드민턴계를 나몰라라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런 갈등은 안세영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는 이용대와 배드민턴 협회도 후원계약 갈등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방수현, 이용대, 안세영급 스타급 선수가 나오면 이런 갈등은 반복될 것이다.
물론, 다른 종목에서는 이런 갈등이 슬기롭게 해결되는 사례들이 있다. 일례로 탁구같은 경우 유니폼은 대표팀 후원사를 이용해야 하지만 라켓이나 신발은 개인 후원사에 맡긴다. 신유빈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수영에서는 과거 박태환이나 피겨 김연아가 전담팀을 꾸려서 운영했던 사례도 있다.
하지만 협회는 배드민턴에서 그정도 대우는 해줄 수 없다며, 개인 후원에 대해서만큼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만큼은 아직 평행선이다. 각자의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 문제가 풀리면 개인 대표팀 문제는 손쉽게 풀릴 수도 있다. 결국, 안세영의 개인 후원을 어느 정도까지 용인해 줄 수 있느냐에 이번 갈등을 해결할 키가 숨어져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