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업체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좇아 홍콩에 속속 입점
2024.08.18 04:52
수정 : 2024.08.18 04:52기사원문
크리스티, 소더비 등 세계 최고 경매 업체들이 아시아 슈퍼 부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속속 홍콩에 아시아 본사를 설립하고 있다.
기존 전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세계 최고 경매 업체들이 중국 경기 둔화 속에 대안 투자 대상을 찾는 아시아 슈퍼 부자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크리스티는 다음 달 약 464㎢ 면적의 홍콩 헨더슨 빌딩으로 지역 본사를 옮긴다.
연중 내내 경매를 열어 아시아 판매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경쟁사인 소더비는 앞서 지난달 홍콩 상업 중심지에 새 지역 본사를 이전했다.
또 다른 세계 유수의 경매 업체인 필립스는 지난해에 홍콩에 새 본사를 차렸고, 본햄스는 다음 달 홍콩에 새로 터를 잡을 계획이다.
전 세계 예술품 시장이 둔화세에 접어들고, 중국 경제 둔화 속에 중국의 명품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지만 이들 경매업체는 주로 중국 부유층을 겨냥해 홍콩에 속속 본사를 차리거나 사업장을 확장하고 있다.
최고가 품목이 경매되는 '이브닝 세일'은 고전하고 있다.
리서치 업체 아트택틱(ArtTactic)에 따르면 홍콩 이브닝 세일의 미술품 매출은 올 상반기 전년동기비 40% 급감했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매출이 추락했다.
중국 경제가 2분기 예상을 밑도는 4.7% 성장에 그치고, 소비는 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미술품과 명품 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티는 미술품 경매 시장 상황이 여전히 탄탄하다고 반박했다.
크리스티 아시아 부문 사장 프랜시스 벨린은 "중국 내 명품 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도 "미술품 시장은 거시 경제 상황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지역 고객들 80%는 중국 본토와 대만, 홍콩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초슈퍼부자들로 경기 둔화에 면역을 갖춘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벨린은 "우리가 파는 물품들을 사려면 그저 돈이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엄청나게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런 슈퍼 부자들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실제 수익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티의 올 상반기 미술품 매출의 41%가 아시아 슈퍼부자들로부터 나왔다.
벨린은 중국 내 소비가 둔화되고 있지만 "희귀 품목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부동산이나 채권, 주식과 달리 경기 침체기에도 가치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홍콩 중심가에 2층짜리 '맨션'을 개장한 경쟁사 소더비 역시 최근 전 세계 경매 시장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그 돌파구가 홍콩 시장이다.
소더비 홍콩의 맨션에서는 희귀도서, 그림, 조각품들을 경매로 판다.
소더비 아시아 상무 네이선 드라히는 중국의 초슈퍼부자들의 순자산 가치를 감안할 때 여전히 초고가 미술품 시장 전망은 밝다고 강조했다.
드라히는 중국 수집가들로부터 초고가 미술품 수집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경매에서도 3분의1 이상은 아시아 수집가들이 미술품들을 쓸어갔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