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MRO’와 한미동맹.."K-방산의 또 다른 잭팟 주목된다"
2024.08.20 06:00
수정 : 2024.08.20 06:00기사원문
제2차 세계대전 승리 후 미국은 국제정치의 주도권을 장악했고 그 이후 여러 국제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나름 안정적으로 패권 지위를 유지해 왔다. 패권 지위 유지 비결 중 하나는 강한 해양력이었다. 냉전기 미국은 해군력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함으로써 대(對)소련 봉쇄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성을 오래 고수할 수는 없었다. 탈냉전기에 접어들어 미국의 상대적 힘이 약화되면서 다시 ‘해양통제’라는 본연의 목표에 주목하면서 “Surface Force Strategy: Return to Sea Control,” “Advantage at Sea” 등의 정책·전략을 내놓게 된 것이다. 이는 미국이 해양에 대한 압도적 힘이 부재한 현실에 직시한 결과다.
그런데 미국의 상대적 힘이 약화되고 있는 기제를 촉발시킨 핵심 행위자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최신예 함정을 빠른 속도로 그것도 대량으로 건조하고 있다. 반면 2024년 기준 미국의 조선능력은 19위까지 추락한 상황으로 중국 해군 대비 미 해군의 양적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이 미국에 비해 조선능력이 200배 이상이라는 수치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미 의회조사국(CRS) 자료에 따르면 미중 전투함정수가 2000년에는 ‘318척(미) vs. 210척(중)’으로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월했지만, 2020년에는 ‘296척(미) vs. 360척(중)’으로 전세가 역전되었다. 그리고 내년인 2025년에는 ‘286척(미) vs. 400(중)’척으로 그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 해군능력은 해양에서의 규칙기반질서를 지켜내는 핵심기제이고 이는 결국 국제안보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미중 간 해군력 격차를 방치할 수 없는 현실적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홀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맹국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능력을 보유한 한국이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 장관이 한국의 주요 조선소를 현장 방문한 바 있다. 다만 한국이 직접적으로 미 해군함정을 건조하는 방안은 보안 및 법적 문제로 바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로 추진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Maintenance, Repair & Overhaul)’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관심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한국의 조선소가 미 7함대 군수지원함에 대한 ‘MRO’ 사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 수주가 현실화된다면 다양한 측면에서의 기대효과가 예상된다. 첫째, ‘K-방산’이 ‘K-함정’으로 확장되는 단초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퇴역함을 동남아 등 일부 국가에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잠수함, 군수지원함 등 신규전력 수출을 통해서 K-함정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건조성은 이미 마쳤다는 점에서 한국이 미 함정능력 제고에 기여한다면 K-함정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는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다. 물론 함정 MRO는 이러한 여정의 시작이고 안정적으로 진행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전투함 건조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
둘째, 대칭동맹(Symmetric alliance)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미동맹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아야했던 초기 동맹단계에서 조금씩 벗어나 동맹의 ‘대칭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미 해군함정 능력 제고에 기여한다면 동맹의 상호주의에 긍정적 요소가 될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대칭동맹 완성도 제고 차원에서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국 국내정치 변수로 인한 한미동맹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 변수 부상시 한미동맹 결속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의 함정 능력 제고에 기여하는 방안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초당적 호응을 받는 분위기다. 따라서 ‘함정 MRO’는 한미동맹 관리에도 기여하는 긍정적 나비효과도 가능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